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3차 감염자 발생으로 대규모 감염 우려가 커진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중동에서 출발해 제3국을 경유해 들어온 사람의 숫자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요르단 등 메르스 발생국에 체류했어도 비(非)발생국을 거쳐 들어오면 제대로 방역 작업을 거치지 않고 있다는 의미여서 메르스 방역망에 큰 허점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속기록을 보면 메르스 방역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중동에서 3국을 경유해 국내로 들어오는 사람의 수를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를 들어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국회에 출석한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은 “중동에서 3국을 거쳐 들어오는 승객들을 파악하는 데 제한점이 있다”며 “주로 (자진신고를 하도록) 홍보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 역시 “현실적으로 워낙 많은 분들이 귀국해 (파악이) 쉽지 않다”고 했다.

중동 지역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직항은 하루 평균 5편으로, 월평균 7만여 명이 입국한다. 그러나 중동 지역은 제3국 경유지를 거쳐 국내에 입국하는 경우도 많다. 첫 번째 감염 환자 역시 메르스 발생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를 거친 후, 비발생국인 바레인을 거쳐 국내로 들어왔다.

지난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메르스 관련 보건의약단체 간담회의 결과와 향후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첫번째 환자에 대해 보건당국이 늑장대응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당시 이 환자가 입원했던 병원에선 환자가 고열 등의 증상을 보이자 지난달 18일 유전자 검사를 해달라고 신고했지만, 보건 당국은 바레인엔 메르스 환자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튿날 이 병원이 보건 당국에 재차 유전자 검사를 요구하자 그제야 검사가 진행됐다. 3국을 경유해 입국했을 가능성을 고려했더라면, 감염 사실을 하루 빨리 파악하고, 감염 전파를 그만큼 막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3국 경유 입국자에 대한 관리가 되지 않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현재 들어와 있는 감염자에 대한 전파 차단이 일단 급하기 때문에 일의 우선순위를 여기에 두고 방역 작업을 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다만 “지적 사항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도 관리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는 법무부, 외교부 등과 연계하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는 문제란 주장도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목희 의원은 "3국 단순 경유는 관련 기관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면서 “중동 방문자는 대부분 근로자나 사업자인 만큼 법무부로부터 이들의 명단을 확보해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실제 에볼라 바이러스 문제가 불거졌을 때는 3국 경유 입국 가능성을 고려해 보건당국이 법무부에 유행 지역 방문자 명단 등을 요청해 관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