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산수판화 ‘하일제노장임정도’. 건물 그림자를 나타내기 위해 가는 선을 겹쳐 그리는 동판화의 음영 기법을 목판화에 응용했다.

18세기에 찍은 옛 판화가 방금 찍어낸 것처럼 선명하다. 청나라 건륭제(乾隆帝) 때 쑤저우(蘇州)에서 제작된 대형 산수판화 '하일제노장임정도(夏日題老將林亭圖)'. 당나라 시인 장빈의 시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서양의 원근법을 사용해 실경(實景)을 묘사했고, 판각된 선 위에 붓으로 색깔을 입혔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이 원주 치악산 명주사 고판화박물관과 함께 3일 여는 '인쇄 문화의 꽃, 고판화' 특별전에서 이 판화를 볼 수 있다. 한선학 고판화박물관장은 "쑤저우의 대형 산수판화는 전 세계에 100점도 채 남아 있지 않다. 일본 우키요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판화"라며 "최근 수집한 귀한 작품을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한다"고 했다.

덕주사(德周寺)에서 간행한 불설아미타경(佛說阿彌陀經)을 비롯해 고판화박물관 소장품 100여점이 서울 나들이를 했다. 경전이나 불화, 호작도(虎鵲圖)에서부터 이불보, 책표지 등 일상 용품까지 다양한 판화를 만날 수 있다. 1584년(선조 17년) 승가산 흥복사(興福寺)에서 간행한 '목련경(目連經)', 우리나라 회화에 큰 영향을 준 중국 화보(畵譜) '개자원화전(芥子園畵傳)' 초간본도 주목된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지역 공·사립박물관 소장품을 서울에서 만난다는 취지로 기획한 'K-Museums 초청 특별전' 첫 번째 행사다. 7월 20일까지. (02)3704-3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