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IVI)사무총장·의사

최근의 한국 내 메르스 환자 발생과 지난해 서아프리카 에볼라바이러스 창궐은 백신과 공중보건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갖는다. 바로 선제적 백신 연구개발의 필요성이다. 이 질병들은 치사율이 매우 높은데도 아직 승인된 백신이 없다. 메르스에 지금까지 1100여 명이 감염되어 400여 명이 사망했다. 에볼라는 90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사망자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했을 때 선진국들은 질병을 통제하기 위해 수십억달러를 투입해야 했다. 그 결과 후보 백신을 개발했으나 '시험' 백신이 발생국에서 테스트되기 전에 위세가 꺾여 사용 시기를 놓친 바 있다.

새로운 백신 개발은 감염 예방 효과 확인, 백신 승인, 생산 및 사용까지 보통 10년 이상 소요된다. 또한 초기 단계 연구는 리스크와 비용을 수반한다. 에볼라, 메르스, 혹은 더 위협적인 다음 전염병의 창궐에 대비한 백신이 준비되려면 백신에 대한 연구개발을 선제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이러한 과업은 그 필요성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과 세계 보건상의 잠재적 위험성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재원이 지원되어야 한다.

정부, 재단, 주요 제약기업 등 백신 개발연구의 3대 지원 기관 중 연구비의 주공급자는 정부다. 민간 백신 기업들은 사스나 에볼라 백신 등 긴급 시 이외에는 사용되지 않는 백신을 개발할 동기가 부족하다. 따라서 상업성이 없는 백신은 정부가 개발과 생산을 지원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 정부는 백신 개발과 임상시험 등을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소규모 회사들과 계약을 통해 지원한다. 연간 100만 도즈 이하로 수요가 적고 비상용 비축을 위해 소량만 필요한 백신으로는 대기업의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 정부가 연구에 따른 리스크와 개발상의 재정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백신을 개발해야 하는 이유는 많다. 신종 전염병으로부터 자국민 보호, 바이오 혁신, 국가 경제 성장엔진 개발, 백신 주권과 국가 안보 확보 등이 그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문제가 한국에 위협이 되지 않게 하려면 신종 전염병 창궐 후 대응하기보다는 예측을 기반으로 미리 백신을 연구개발하는 게 최선이다. 한국의 의학·과학 역량, 기업들의 세계 진출, 바이오 혁신에 대한 강한 의지 등을 고려할 때 한국이 이를 주도해야 하고 주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