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31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환자와 접촉한 의심환자 129명에 대해 자가 격리 조치를 내렸다. 복지부는 자가격리 대상자를 추가하고 고위험군은 별도 관리한다고 밝혔지만, 첫 환자 발생 이후 11일간 허술한 자가격리의 가능성이 제기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메르스는 잠복기간이 2~14일이다. 환자와 접촉이 있었던 밀접접촉자는 바이러스 전파력이 없는 잠복기인 최대 2주간 자가격리를 실시한다. 밀접접촉자는 환자와 직접 접촉했거나 환자와 2m 이내에서 기침 분비물 등의 비말 접촉이 있었던 사람을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무증상 잠복기에 해당하는 밀접접촉자는 증상 발생 전까지 집에 머무는 자택격리 실시를 원칙으로 세우고 있다. 자가격리는 집에 머물면서 다른 사람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20일 첫 환자 발생 당시 밀접접촉자로 판단되는 64명에 대한 자가격리를 지시했다. 자가격리 대상자가 아닌 환자가 나오면서 28일 전수조사를 실시해 자가격리 대상자를 127명으로 늘렸다. 31일에도 자가격리 대상자가 아닌 환자 2명이 추가되면서 대상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가격리 대상자를 늘리더라도 자가격리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자가격리 대상자는 함께 사는 가족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지 않도록 지침을 준수해야 한다. 집 외에도 외부 활동을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 하지만 자가격리 대상자가 외부활동을 한다고 해도 감시가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법적으로 이를 강제적으로 막을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대한감염학회 관계자는 “격리대상자에 확인한 결과 보건당국이 하루에 두 차례 전화를 걸어 열이 나는지 물어보는 것이 전부였다고 한다"며 “환자를 바로 옆에서 감시하지 못할 때는 지침을 준수하도록 여러차례 당부하고, 밀착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자가격리 대상자가 이상이 생기면 바로 격리병상으로 이송해야 하지만, 선제적 대응을 할 수 있는 매뉴얼은 아직 없다. 25일 자가격리 중이던 한 의심환자는 고열 증상으로 질병관리본부에 격리병상 이송을 원했지만, 기준 미달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다음날 이 환자는 확진 판정을 받고 가족 모두 자가격리 대상자가 됐다.

엄중식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자가격리는 집에 머물더라도 평소와 똑같은 일상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가격리지침을 따라야 한다”며 “만약 원룸 형태 등 자택격리가 불가능하거나 가족 전파 예방이 어렵다면 국가지정병상으로 선제적 격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은 대도시의 인구밀도가 높고 공동생활 문화가 있어 한국 실정에 맞는 자가격리 지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15~17일에 집중적으로 감염 환자가 나왔지만 31일 기점으로 최대 잠복기인 2주가 지나 추가 환자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자가격리 대상자에 모니터링을 철저히 하고, 대상자 129명 중 약 35%의 고위험 환자는 별도의 시설에서 격리조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