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통으로 건빵을 잘게 빻는다. 봉지 커피를 물에 타 시럽처럼 만든 뒤 우유를 섞는다. 건빵 가루를 넣어 잘 젓고 종이컵에 담아 전자레인지에 2분가량 돌린다. 별사탕을 빻아 만든 슈가파우더로 장식한다. 디저트 가게에서 사왔다고 해도 믿을 만한 컵 케이크가 뚝딱 완성된다.
공군 공식 페이스북에 올라온 '건빵 컵 케이크 레시피'이다. 컵케이크는 원래 박력분에 버터와 설탕·계란 등을 넣어 만드는 것. 퍽퍽했던 건빵으로 그럴싸한 컵 케이크를 만들어내자 궁금해하는 사람이 몰렸다. 군인뿐 아니라 학생·여성 등 3299명이 '좋아요'를 누르고 1187명이 해당 게시물을 공유했다.
건빵이 주재료지만 맛도 다양하다. 인스턴트 음료 가루를 어떤 것으로 준비하느냐에 따라 초코·커피·녹차 등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다. 건빵과 믹스 커피 등으로 만든 컵 케이크를 접시에 담아 음식 전문 잡지처럼 사진도 찍었다. 그리고 '군포크'라는 제목을 달았다.
군포크(군+Folk)는 미국 포틀랜드의 잡지 '킨포크'(Kinfolk)의 앞글자에 군대를 뜻하는 '군(軍)'을 붙여 만든 것이다. 킨포크는 느리고 여유롭게 삶의 질을 추구하는 태도를 뜻하는 말로도 쓰인다.
하지만 군대는 '결핍'의 공간이다.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참아야 하는 때가 더 많다. 해당 콘텐츠를 만든 공군 홍보과 공감팀의 김형진 소위는 "군대는 사실 킨포크와 반대되는 성향의 공간이다. 군대와 킨포크를 결합한 '군대 요리 이야기'로 웃음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레시피를 제공한 김지완 상병은 "군대 동기의 생일에 선물을 주고 싶었는데 매점이 문을 닫았더라. 그때 생활관 안에 쌓여 있는 건빵이 눈에 띄어 한번 만들어봤다"고 말했다. 그는 한 TV 프로그램에서 본 '건빵으로 쿠키 만드는 법'을 응용해 컵 케이크를 만들었다.
김 상병은 "별거 아닌데도 동기가 감동받더라. 요리 관련 프로그램이 많아져 '요리하고 싶다'는 동기들이 많았는데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사진 찍고, 요리 만들고, 잡지처럼 꾸미는 작업은 다른 군인들과 함께 했다. '싸제(군대 보급품이 아닌 물건을 뜻하는 속어) 음식이 그리운 공군 장병을 위한 레시피'라는 설명도 달았다.
식재료도, 조리 도구도 없는 군인들이 요리를 할 수 있게 되자 장병들의 생활관에서 '컵 케이크 시식회'가 잇달아 열렸다. 군포크의 마지막 장에는 이런 말이 적혔다. '누구나 요리사가 될 수 있습니다. 그곳이 비록 군대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