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를 중단하는 존엄사에 대해 해외에서는 어떤 입장을 표하고 있을까. 법으로 존엄사를 허용하고 있는 대표국으로는 베네룩스3국(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이 꼽힌다.

네덜란드는 존엄사를 가장 먼저 허용한 국가다. 2000년 불치병 환자의 연명치료 중단을 허용하는 법안을 하원에서 통과시켰다. 네덜란드에서는 1973년부터 “편안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는 운동이 시작된 바 있다. 불치병 환자의 연명치료 중단을 허용하는 이 법안이 통과된 뒤 벨기에와 룩셈부르크도 불치병 환자에 준하는 엄격한 상황에 한해 존엄사를 허용하고 있다.

2009년 5월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존엄사 소송 상고심에서 이용훈 대법원장(가운데)이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하고 있다.

독일은 판례를 바탕으로 존엄사를 인정한다. 1993년 독일 법원은 병원이 식물인간 상태인 환자의 연명치료를 중단한 것은 무죄라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독일의 한 병원 측은 뇌손상으로 의식불명인 72세의 환자에 대해 영양액 공급을 끊는 결정을 내리며 논란이 됐다. 하지만 독일 법원은 이에 대해 소극적 안락사가 아닌 ‘죽음에로의 도움’에 해당한다고 규정하며 살인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후 독일은 이 판례를 바탕으로 존엄사를 허용하고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도 제한적으로 존엄사를 허용하는 국가다. 프랑스의 경우 의학적인 치료를 하더라도 더 이상 소생 가망이 없는 환자에 대해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인정한다. 이런 환자는 치료를 계속하더라도 생명을 인공적으로 연장하는 효과밖에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2008년 존엄사를 허용하는 첫 확정 판결을 내렸다. 이탈리아 대법원은 당시 16년간 의식불명 상태에 있던 환자에 대해 급식튜브를 포함한 생명 유지장치 제거를 허용했다.

미국은 일부 주에서만 존엄사를 인정한다. 오리건주는 1997년 존엄사를 법으로 허용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본인이 존엄사를 요구했거나, 이를 요구했다는 가족의 증언이 있어야 한다. 치료를 해도 6개월 이상 살기 어렵다는 의사의 진단을 두 명 이상에게 받은 경우에만 가능하다. 이 밖에 가족의 동의 아래 산소호흡기를 제거하는 정도의 존엄사는 뉴저지주 등 40개 주에서 허용하고 있다.

일본은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제한적인 존엄사를 허용한다. 산소호흡기 등 생명연장 수단을 제거하는 정도는 용인된다는 뜻이다. 일본 정부는 2006년 4월 회복의 기미가 없는 환자에 한해 사실상의 소극적 안락사를 허용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의식이 없는 환자에 대해서는 가족들의 동의를 받고, 가족이 없는 환자의 경우 의료팀이 종합적으로 판단해 존엄사를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