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한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18일 한국을 떠나기 앞서 서울 용산 주한미군 기지에서 미군 장병들을 만나 "(북의 위협에 맞서) 우리는 모든 결과에 대비해야 하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사드 등에 관해 말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미국 장관급 인사로는 예외적으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의 필요성을 공개 언급한 것이다. 그러자 이날 밤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한국 외교부와 서울의 미국 대사관이 총출동해 "사드 문제는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며 케리 발언을 주워담느라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지난 1년여 사드 문제만 나오면 똑같은 일이 되풀이됐다. 미국 측이 주기적으로 이 문제를 제기하면 한국 정부는 펄쩍 뛰면서 '사드와 관련한 (미국의) 요청도, 협의도, 결정도 없었다'는 이른바 '3 노(no)' 입장을 내세웠다. 미국 측에서도 말하는 사람에 따라 뉘앙스와 강조점이 제각각이다.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 사령관은 19일 한 행사에서 "한·미가 현재 개별적으로 사드 문제를 검토 중이며 언젠가 함께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 달 전 한국을 찾았던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아직 사드 배치를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했다.
사드 배치 여부는 이 방어 체계가 북의 미사일 위협을 막는 데 도움이 되는지, '비용 대비 효용'이라는 측면에서 적정한지 등 군사적·과학적 고려가 우선돼야 한다. 현재의 사드 논의는 1차적으로 주한미군에 들여오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다. 한국군의 사드 도입 여부는 별개 사안이다. 한국군이 사드를 들여올 경우 1개 포대당 구입에 2조원 가까운 비용과 한국이 별도로 추진해 온 미사일 방어 체계 및 킬체인과의 연관성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이 결정까지는 앞으로 거쳐야 할 단계와 과정이 많을뿐더러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날지도 예측할 수 없다.
문제는 사드 논의가 정식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미 측에서 돌출 발언이 계속되고, 한국 정부는 무(無)소신·무대책으로 일관하는 것이다. 이래서는 우리 내부적으로 혼란과 불신을 키우는 것은 물론 한반도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중국을 설득하기도 더 어렵게 만들 뿐이다. 케리 장관은 이번 방한 중 내내 "한·미 동맹은 최상의 상태"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가 미군 장병들 앞에서 꺼낸 사드 발언 하나를 놓고 벌어진 일대 소동은 한·미 관계가 지금 어느 단계, 어떤 수준에 머물고 있는가를 드러냈다. 한·미 동맹의 기형적·비정상적 상태를 보여주는 상징처럼 변해버린 사드 논란을 언제까지 이 상태로 방치해 둘 것인지 한·미 정부에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