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의 돌연한 사퇴를 두고 18일 정치권 안팎에서는 해석이 분분했다. 명분은 '공무원연금 개혁 처리 지연과 국민연금과의 연계 논란 등에 대해 책임을 진 것'이라지만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특히 조 수석이 지난 대선 때 대변인을 맡으며 지근거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보좌했고, 조각 (組閣) 때 여성부장관으로 기용된 데 이어 최초의 여성 정무수석으로 발탁된 최측근이란 점에서 전격적인 '경질'에 대해 의아해하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여권 안팎에선 우선 공무원연금 논의가 국민연금 연계를 넘어 기초연금·증세로 번져가는 상황에 쐐기를 박으려는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조 수석도 이날 사퇴의 변에서 "기초연금, 심지어 증세 문제까지 거론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애초 개혁의 취지를 심각하게 몰각한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이 최측근 조 수석 사퇴 카드를 꺼내 들어 국회에 공무원연금을 빨리 처리하라는 압박과 함께, 기초연금 등으로 전선을 확장하지 말라는 경고도 했다는 것이다.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이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지연에 대한 책임을 지고 18일 물러났다. 사진은 지난달 19일 국회에서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가 열렸을 때의 조 수석(맨 오른쪽)과 새누리당 유승민(맨 왼쪽) 원내대표,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 모습.

하지만 공무원연금 협상 과정에서 조 수석과 여당 간 불협화음이 사퇴의 한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5월 2일 여야 간 공무원연금법 합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조 수석은 청와대 측 주무(主務) 수석으로서 국회를 오가면서 연락책을 맡았다. 그 과정에서 조 수석이 여야 협상 상황을 청와대에 잘못 보고했다는 얘기가 돌았다. 조 수석은 5월 1일 국회에서 여당 지도부와의 '자장면 회동' 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는 목표치이고 합의문에 명기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새누리당에서는 "조 수석이 '50%를 목표로 한다'와 '50%로 한다'는 둘 중 하나로 합의될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갔다"고 했다. 결국 공무원연금법 처리 무산 이후 조 수석과 여당 협상팀 간에 진실 공방을 벌이는 민망한 장면도 연출됐다. 자칫 당청(黨靑) 관계의 골이 깊어질 수도 있었다.

이렇다 보니 공무원연금 개혁 협상의 여당 책임자인 유승민 원내대표와 조 수석 간에 불화(不和)설이 돌기도 했다. "유 원내대표가 당에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인 조 수석을 불쾌하게 여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조 수석과 관련해서 경질이나 책임지라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며 "(공무원연금 개혁 무산이) 조 수석이 책임질 일도 아니고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고 했다. 김무성 대표도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인데 정무수석이 그걸 무슨 힘으로 막을 수 있느냐"며 "조 수석 책임은 전혀 아니다. 그동안 조 수석이 당과 청 사이 역할을 잘 해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권의 한 관계자는 "여러 상황을 감안했을 때 조 수석이 정무수석으로서의 역할을 더이상 하기 힘들겠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 있다"고 했다. 15일 밤 고위 당·정·청 회의에 공무원연금 개혁 주무 수석인 조 수석이 빠지고 현정택 정책조정·안종범 경제수석이 청와대 멤버로 참석한 것도 이런 상황의 반영으로 볼 수 있다.

그간 여권 안팎에서는 "당청 관계의 변화에 걸맞은 새로운 정무수석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적지 않았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조 수석이 임명된 지난해 6월과 비교하면 당청 관계가 역전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여당을 다독일 수 있는 정무수석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때문에 후임 정무수석은 친박계 다선(多選) 출신이 맡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성조·권영세·현기환 전 의원 등의 하마평이 있다. 야권(野圈) 출신인 김경재 청와대 홍보특보도 후보로 거론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신임 총리를 발표하면서 정무수석 교체도 같이 할 계획이었으나 총리 인선이 늦어지면서 정무수석 사퇴가 빨라진 측면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