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새누리당, 정부가 지난 주말 여야의 지난 2일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안을 그대로 추진하기로 확정했다. 여당 관계자는 "여야 합의안에 학계와 공무원 단체, 정부의 의견이 다 반영된 만큼 존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당초 취지는 해마다 수조원의 적자(赤字)를 국민 세금으로 메워주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 국가 재정을 지속적으로 튼튼하게 만들고 다음 세대의 부담도 최대한 줄여주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정·청이 밀어붙이려는 여야 합의안에 따르면 6년 뒤면 연금 적자를 세금으로 메워주는 규모가 제자리로 돌아오고, 앞으로 70년 동안 해마다 평균 10조원의 세금을 넣어야 한다.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낸 돈의 1.2~1.5배를 받는데 공무원들은 2~3배를 받는 불평등도 그대로이다. 이것을 개혁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당·정·청은 "협상에는 상대가 있기 때문에 최선이 어려우면 차선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야당이 국회선진화법을 무기로 길을 가로막고 있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청와대는 말로만 개혁이고, 그동안 공무원들을 설득하고 야당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 직접 나선 적이 없다. 여당은 국회 특위 위원장조차 쉽게 정하지 못할 정도로 하기 싫은 표정이 역력하더니 지난 몇 달 동안 야당과 공무원노조에 밀리고 끌려다니기에 바빴다. 정권이 개혁을 내세우긴 했지만 '어떤 대가를 치러도 해내야 한다'는 각오는 없었던 것이다. 이제 와서 현실론을 내세우는 건 변명이고 핑계다.
박 대통령은 올 초 시정연설을 통해 핵심 국정 목표로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개혁을 제시했다. 임금과 고용 유연화 등을 위한 노동 개혁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를 줄이고 청년 실업(失業) 문제를 풀기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교육 개혁, 금융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한 금융 개혁도 지속적 성장과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한다. 모두 노조를 비롯한 이해 당사자들의 격한 반발이 예상되는 사안들이다. 공무원연금이 이 모든 개혁의 첫 단추나 마찬가지였다. 적당한 미봉책이 아닌 제대로 된 개혁을 이뤄내야만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고 다른 분야 개혁의 성공도 보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당은 지금 야당과 공무원 단체에 굴복해 '타협을 위한 타협안'에 만족하고 넘어가자고 국민을 다그치고 있다. 국민이 져야 할 부담은 안 보이고 공무원과 그 가족들 표만 보이는 것이다. 이제 정권이 어떤 개혁을 하겠다고 해도 국민은 그 결과가 뻔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정권이 야당이나 노조가 하자는 대로 하겠다면 막을 수 없다. 다만 '개혁한다'는 말은 입에 올리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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