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SoftBank) 손정의 회장이 지난해 8월 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핀란드 모바일게임 스타트업 슈퍼셀(Supercell)의 모바일게임 ‘클래시오브클랜(Clash of Clans)’과 ‘붐비치(Boom Beach)’를 소개하고 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북유럽의 호랑이(Nordic Tiger)’로 불렸던 핀란드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문제아 취급을 받고 있다.

13일(현지시각) 발표된 핀란드의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0.1%였다.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 0.2%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데 이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경제 성장률을 보인 것이다.

이는 얼마 전 재정위기로 유로존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던 이탈리아와 스페인보다 저조한 성적이다. 올 1분기 이탈리아는 0.3%, 스페인은 0.9% 경제성장률을 보였다. 유로존에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한 나라는 핀란드와 그리스밖에 없다. 통상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면 경기후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한다.

국제신용 평가회사 S&P는 지난 10월 핀란드의 신용등급을 가장 높은 AAA에서 한 단계 아래인 AA+로 낮췄다. 또 다른 국제신용평기관 피치사가 핀란드에 여전히 최고국가등급인 AAA를 부여하고 있지만 “향후 상황에 따라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북유럽의 호랑이가 휘청이고 있다는 정황이 여기저기서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핀란드가 저조한 경제성적을 보인데는 몇년 전까지만 해도 핀란드 경제 성장의 4분의 1을 이끌었던 노키아의 몰락이 한 몫 했다. 노키아는 한때 세계적인 모바일 생산업체였지만 삼성과 애플이 주도하는 모바일 시장의 새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며 그 명성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있다. 결국 노키아는 2014년 휴대폰 부문을 마이크로소프트(MS)에 매각했다.

서구 국가들의 러시아 경제제재도 핀란드 경제에 악영향을 미쳤다. 핀란드는 독일과 스웨덴에 이어 러시아의 3대 교역 파트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이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에 강도높은 경제제재로 대응하자 핀란드의 대러 수출이 큰 타격을 받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재 핀란드가 겪고있는 경기후퇴 국면을 ‘일종의 창조적 파괴’로 보고 곧 재기할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노키아는 2000년 핀란드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차지했다. 2003년에는 핀란드 법인 소득세의 4분의 1이 노키아로부터 걷혔다.
이 시기에 노키아는 핀란드로 향하는 국제적 관심의 대부분을 독점하며 다른 핀란드 기업의 노력을 무색하게 했다.

이런 이유로 다수의 전문가들은 노키아의 종말은 모바일 게임부터 헬스케어, 로봇, 스마트센서 등의 다양한 업종이 포진한 핀란드 스타트업 생태계에 뜻밖의 행운이었다고 분석한다. 노키아가 무너지며 많은 인재가 시장에 풀린 것도 호재라고 주장한다.

핀란드에는 모바일게임 ‘클래시 오브 클랜(Clash of Clans)’으로 크게 성공한 슈퍼셀(Supercell) 같은 스타트업도 있다. 하지만 핀란드의 스타트업 기업이 과연 얼마나 노키아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슈퍼셀은 2013년 일본 소프트뱅크(SoftBank)에 51%의 주식을 팔았다. 매도 가격은 15억 달러였다. 노키아가 13만 명의 직원을 거느렸던 것에 비해 슈퍼셀의 직원은 200명 정도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