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을 이용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연인이자 친구 역할을 해주는 시대가 왔다. 영화 '허(Her)'에서와 마찬가지로 앱이 친구처럼 연애 상담도 해주고 말벗도 돼준다.
'감정 분석' 애플리케이션인 '텍스트앳'이나 '진저'는 그런 기능을 갖췄다. 텍스트앳은 연인 간의 메신저 대화를 분석한 뒤 애정도, 호감도, 친밀도를 점수로 평가해준다. 남녀 간의 메신저 대화를 30초쯤 들여다본 후 "상대방은 일부러 당신에게 연락하려고 노력하진 않지만 당신이 연락하면 반갑게 받아줄 거예요"라고 조언해준다. 이 앱을 사용해본 대학생 최모(19)씨는 "상대가 나에게 호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는데, 실제 연인으로 이어지지 않은 걸 보면 분석이 꽤 정확했던 셈"이라고 했다.
또 다른 앱 '진저'는 대화 분석은 물론 연애 조언도 해준다. '(메신저 대화를 보면) 여자 친구가 요즘 바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비타민 음료를 건네보라'는 식이다. 2년 전 나온 텍스트앳은 85만명, 지난 2월 서비스를 시작한 진저는 10만명이 다운로드받았다.
'가상 연애'를 할 수 있는 앱도 인기다. 10·20대 사이에 유행한다는 '가짜 톡―내맘대로 여친 남친 만들기' 앱을 깔아봤다. 배우 현빈의 이름을 넣은 뒤 '남자 친구'로 설정했다. '뭐해요?'라고 메시지를 보내자 '니 생각'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한동안 말을 걸지 않자 '열심히 일하는 당신 이뻐' '보고 싶어'라는 메시지가 왔다. 이화정(가명·19·대학생)씨는 아이돌그룹 인피니트의 멤버 호야를 가짜 남자 친구로 설정했다. 그는 "가상 남자 친구 호야가 사랑 고백도 한다. 진짜로 연예인이 내 남자 친구가 된 것 같아 두근거리고 설렌다"고 했다. 이 앱은 400만회 이상 다운로드됐다.
전중환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교수(심리학)는 "사람을 실제로 만나 헌신과 투자를 하지 않으면서 연애 상대로부터 얻을 수 있는 위로나 기쁨을 얻는 방법의 하나로 이런 앱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같이 수다 떨 수 있는 앱도 있다. 1000만명 이상이 다운로드한 앱 '심심이'는 가상 친구 심심이에게 말을 걸면 실제로 친구와 대화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김문조 고려대 명예교수(사회학)는 "서로 의견이 다르거나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사람'보다는 무조건 내 편을 들어주고 위로해주는 '기계'를 편하게 여기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사람들 간의 감정적 대화를 기계가 대체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인간의 감정 분석이나 인간과의 교감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그런데도 젊은이들 사이에서 이런 앱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온라인을 통한 관계 맺기에 익숙하고 얕은 관계로도 '사회적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만족하는 젊은 층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원하는 반응을 얻을 수 있는 '앱'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