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7명의 사망자와 20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12일 미국 필라델피아 열차 탈선 사고는 규정 속도의 배를 넘는 과속 운행 때문이었다고 미 당국이 밝혔다. 하지만 과속 원인이 기관사 과실인지 아니면 제동 장치 결함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사고를 조사 중인 미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13일 기자회견에서 "사고가 난 급커브 구간은 규정 속도가 시속 50마일(약 80㎞)이지만, 블랙박스를 회수해 조사한 결과 열차는 106마일(약 171㎞)로 달렸다"면서 "과속이 탈선의 직접 원인"이라고 밝혔다. 로버트 섬왈트 NTSB 조사관은 "기관사가 사고 직전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속도는 102마일(약 164㎞)로 줄어드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열차를 운용하는 공기업 암트랙(AMTRAK)은 사고 몇 시간 전 해당 선로를 점검했지만 결함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선로 이상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NTSB는 밝혔다.

최소 7명이 죽고 200여명이 다친 미국 필라델피아 열차 탈선 사고 다음 날인 13일. 사고 현장 모습(위 사진)과 당시 충격으로 종잇조각처럼 구겨진 열차 객차 모습(아래 오른쪽 사진)이다. 이날 승객과 승무원 243명을 태우고 미 워싱턴DC를 출발해 뉴욕으로 향하던 암트랙 188호는 델라웨어강 인근에서 곡선 구간을 규정 속도의 배가 넘는 시속 171㎞로 달리다가 탈선했다.

당국은 기관사 신원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현지 언론은 2010년부터 기관사로 일한 브랜던 보스티언(32)이라고 보도했다. 보스티언은 머리를 다쳐 14바늘을 꿰맸고, 다리 골절상을 입어 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했다고 ABC방송은 전했다. 경찰은 하루 이틀 회복될 시간을 준 후 그를 본격 조사할 방침이다.

사고 구간은 필라델피아 30번가 역에서 북동쪽으로 13㎞가량 떨어진 곳으로, 1943년 79명의 사망자를 낸 악명 높은 구간이다. 미 의회는 2008년 25명의 사망자를 낸 캘리포니아 열차 충돌 사고 이후, 2015년 말까지 모든 철로에 과속 열차의 속도를 자동으로 줄여주는 제어 시스템인 PTC(positive train control)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했다. 하지만 막대한 비용 부담 때문에 이번 사고 구간을 포함해 미국 철로 절반가량에 아직 이 PTC가 설치되지 않은 상태다. 전 구간에 설치하려면 100억달러(약 10조9000억원)가 필요하지만 절반밖에 투자되지 않았다.

야당인 공화당은 방만 경영을 문제 삼아 암트랙에 대한 예산 증액에 반대하고 있다. 암트랙은 지난해 32억달러 매출에 10억달러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부실이 심각한 상태다. 미 연방하원 공화당 의원들은 이날 다음 회계연도에 암트랙 예산 2억5100만달러를 늘려달라는 민주당 요구를 거부했다.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