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서열 2위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공개처형된 것과 관련, 정책 방향을 둘러싼 갈등이 원인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4일 보도했다.

RFA에 따르면,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현 무력부장이 지난달 말 공개처형된 것은 단순한 ‘불경죄’가 아니라 북한 최고위층에서 정책 방향을 둘러싸고 다툼이 벌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존 메릴 전 미국 국무부 정보조사국 동북아 담당 국장은 “(김정은이) 자원과 돈을 어디에 투입할 지를 놓고 (군부와) 이견이 생겼을 수 있다”고 말했다. 메릴 국장은 북한 군부 고위 인사들이 여럿 숙청된 데 반해 경제 담당 관료들은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켄 고스 미국 해군분석센터(CAN) 국제분석국장은 “김정은이 경제를 중시하겠다고 여러차례 공언했지만 여전히 경제분야에서 중요한 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이를 상쇄하기 위한 의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 분야에서 기대만큼 성과가 없자 정권 투쟁으로 관심을 돌리기 위한 의도라는 것이다.

다만 메릴 박사와 고스 국장은 김정은의 체제 장악력에 대해선 이견을 보였다. 메릴 박사는 김정은이 권력을 확실히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도전하는 세력을 곧바로 제거하는 것이라고 평가했고, 고스 국장은 김정은의 잇단 고위급 숙청은 권력 공고화에 실패해 불안해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국정원은 현 무력부장이 수백명의 군 간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양 순안구역에 있는 강건종합군관학교 사격장에서 고사총(대공기관총)으로 총살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처형 이유에 대해선 현 무력부장이 사석에서 김정은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거나 지시를 태만히 했고, 지난달 24~25일 열린 군 훈련일꾼대회에서 김정은 연설 도중 졸고 있는 모습까지 적발되면서 김정은의 화를 산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