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13일 현영철 인민무력부장과 함께 숙청 사실을 확인한 마원춘(59) 국방위원회 설계국장, 변인선(69) 인민군 총참모부 작전국장, 한광상(58) 노동당 재정경리부장 등은 모두 2013년 말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의 신(新)실세로 떠오른 인물들이란 공통점이 있다. 이들이 김정은에게 이견(異見)을 제시하거나 불만을 토로했다는 것이 드러난 숙청 이유다. 김정은은 자신이 발탁한 친위그룹마저 제거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1인 독재를 향해 가고 있는 셈이다. 김정은은 앞서 후견인 격이던 리영호 전 군 총참모장과 고모부 장성택 등 '아버지 시대' 사람을 처형한 바 있다.
마원춘은 마식령 스키장 건설, 평양 현대화 사업 등 김정은 역점 사업인 건설 분야의 총책임자였다. 작년과 재작년 모두 김정은 수행 순위 5위에 오를 만큼 측근이다. 건설 성과도 인정받아 당료 출신임에도 군 중장(별2개) 계급을 받으며 국방위원회에 진입했다. 하지만 작년 11월 평양 순안공항 리모델링 과정에서 "주체성과 민족성이 살아나게 건설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경질됐다. 국정원은 "마원춘은 일가족과 함께 '혁명화 사업'을 위해 양강도 지역 농장에 배치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변인선은 군부 내 '작전통'으로 한때 김정은의 핵심 군사 참모 역할을 했다. 국정원은 "변인선은 구체적 내용은 확인되지 않지만 대외(對外) 군사 협력 문제와 관련해 김정은의 지시에 이견을 제시했다가 크게 질책을 받고 지난 1월 숙청됐다"고 했다.
김정은의 칼날은 자신의 '금고지기'인 한광상에까지 미쳤다. 한광상은 지난해 김정은 수행 횟수에서 황병서에 이어 2위(65회)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있는 인물이다. 김정은의 통치자금 관리를 책임지면서 스포츠카 등 각종 외제 사치품을 마련하는 역할도 했다. 국정원은 "한광상은 '비리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며 "3월 초 이후 공식 석상에 등장하지 않고 있어 신상 변동 여부를 추적 중"이라고 했다.
국정원은 또 조영남(73) 국가계획위원회 부위원장이 평양 대동강 쑥섬에 건설 중인 과학기술 전당 설계에 대해 김정은에게 이견을 제시하고 미래과학자 거리 건설과 관련해 "전기 부족으로 공사하기 힘들다"며 불만을 토로하다 지난 2월 처형됐다고 밝혔다.
임업성의 부상(우리의 차관급) 1명도 김정은이 올해 역점 사업으로 제시한 산림 복구 사업에 대해 불평하다 지난 1월 처형됐다고 전했다. 이 밖에 노경준 인민군 최고사령부 1여단장은 김정은 별장 건설 부진을 이유로 올 3월 상장(별 3개)에서 상좌로 4계급 강등됐다. 김정은은 1여단 자체를 해체하고 병력을 인민보안부로 이관했다고 국정원은 밝혔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나이도 젊고 김일성 같은 업적이 없는 김정은으로서는 자신의 권위를 세워가는 데 걸림돌이 되는 사람은 가차없이 제거하겠다는 뜻"이라며 "처형되지 않고 숙청된 간부 중 일부는 나중에 부활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