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러시아 첼랴빈스크 트락토르 아레나에서 세계태권도선수권 개막에 맞춰 기자회견이 열렸다. 북한 주도의 ITF(국제태권도연맹) 시범단이 한국 중심의 WTF(세계태권도연맹)가 주최하는 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공연하게 된 의미를 설명하는 자리였다. 기자회견에는 북한 출신의 황호영 ITF 수석 부총재와 김승환 사무총장 외에 미국인이 한 명 더 나왔다. 태권도에 대한 어떤 질문에도 막힘 없이 술술 대답한 그는 조지 비탈리(56) ITF 대변인이다.
비탈리 대변인은 2011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던 인물이다. 그해 9월 그는 평양을 방문해 북한의 국가학위학직수여위원회로부터 태권도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가 낸 논문의 주제는 '전통의 훈련 방식으로 돌아가 남북으로 갈라진 태권도를 통합하자'는 것이었다. 그는 모든 분야를 통틀어 북한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첫 미국인이 됐다.
'북한 제1호 미국인 박사'인 비탈리는 뉴욕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청소년 시절 이소룡 영화의 영향으로 동양 무술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당시 뉴욕에서 도장을 열었던 김광성 사범의 가르침을 받으면서 태권도와 인연을 맺었다. 1981년부터 뉴욕주 경찰관으로 활동하면서 1989년 미국 태권도팀의 일원으로 평양에서 열린 세계청년학생축전에도 참여하는 등 기회가 될 때마다 세계를 돌며 태권도 보급에 힘을 썼다.
25년간 경찰관으로 일하고 퇴직한 비탈리 대변인은 2007년 ITF에서 개설한 태권도 박사과정에 들어갔다. 논문 제출 등 대부분의 과정은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졌다. 북한 교수 15명의 논문 심사를 거쳐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ITF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대변인을 맡았다. 그는 이번 세계선수권 개막에 앞서 열린 WTF 학술 심포지엄에서는 태권도의 역사에 대해 강의도 했다. 한국의 태권도는 초대 ITF 총재 최홍희씨가 정치적 이유로 캐나다로 망명하면서 WTF와 ITF로 갈라졌다. 비탈리 대변인은 "WTF와 ITF는 지금까지 마치 알파벳 'V'처럼 서로 다른 쪽으로 발전해왔지만 분명히 시작점이 같다"며 "이번 시범 공연이 태권도가 원래 하나였음을 일깨워주고 지금까지 존재했던 장벽을 뛰어넘게 해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 3~4월에는 한국에서 머물면서 많은 국내 태권도 관계자를 만났던 비탈리 대변인은 다음 달 북한을 찾아가 최홍희 전 총재 별세 13주기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ITF의 틀(품새) 중 마지막 장(章)의 이름이 '통일'입니다. 이런 면에서 보면 그동안 두 단체의 괴리는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번 시범 공연이 태권도가 하나 되는 중요한 첫걸음이 됐으면 합니다. '태권도 통일'을 위해 저도 더 부지런히 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