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하며 안전(安全)을 제공해야 할 사법 시스템이 오히려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법원의 무신경한 재판 진행이 죄에 대한 형사처벌을 넘어 피의자(피고인)의 목숨까지 앗아가는 경우가 생기면서 '사법치사(司法致死)'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취임 때부터 줄곧 환부만 도려내는 '외과 수술식' 수사, 사람 살리는 수사를 강조해왔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피의자 약점을 들춰내거나 '별건 수사'를 통해 자백을 요구하기도 한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당사자는 만신창이가 되고, 가족이나 기업은 풍비박산 나기도 한다.

검찰의 피의자 인권 보호는 말뿐이다. 심리적 압박을 이기지 못한 피의자는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검찰 수사 도중 자살한 피의자는 2004년 5명에서 지난해 22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최근 10년 동안 89명이 수사 도중 자살했다. 가족은 강압수사를 주장하지만 입증이 불가능하고, 검찰은 매번 "절차대로 수사했을 뿐"이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피고인에게 막말을 하고, 수사과정에서 피의자에게 모욕감을 주기도 일쑤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의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검찰을 상대로 접수된 인권침해 진정 사건이 2012년 147건, 2013년 157건, 2014년 187건으로 최근에 다시 늘고 있다.

정권은 검찰을 앞세워 기획사정(司正)에 나서고, 검찰은 그런 정권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하명(下命)수사' 논란은 정권 때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도 의심받고 있다. 정치·사회적 논란이 된 사건은 기소에만 급급하다가 1~2년 뒤 무죄가 나면 '과거 수사팀이 한 사건'이라며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넘어간다.

검찰 수사력도 예전 같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1심 무죄율은 2004년 1.03%에서 2013년에는 2.08%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공판중심주의가 강화되면서 법원이 까다로운 증거를 요구하는 측면도 있지만 검사들의 무능 탓도 적지 않다는 게 법조인들의 지적이다. 지난해 무죄가 난 5건 중 1건은 수사 미진과 공소 유지 소홀 등 검사 과오 때문으로 분석됐다.

여론 눈치 보기도 심해지고 있다. 구속영장 발부 기준이 들쑥날쑥하면서 '로또 영장'이라는 말이 나온다. 수감 생활이 어렵던 고(故) 이선애 태광그룹 상무의 경우 '대기업 봐주기'라는 여론을 의식해 법원은 기계적 양형 기준을 적용해 법정구속하고, 검찰은 너무 늦게 형집행정지로 석방해 지병이 악화됐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반면 일부 기업인들은 너무 쉽게 형집행정지로 풀려나 '봐주기' 논란을 자초하기도 한다.

교정시설은 매달 7명의 수감자가 자살을 시도하면서 사람 잡는 시설이라는 말도 나온다. 사법·검찰 개혁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하지만 기득권 세력의 반대와 여야 간 정치적 공방만 벌이다 흐지부지되기를 반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