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저 자신을 생각하면 한국인 밥상에 자주 오르는 노르웨이 고등어가 떠올라예. 스키는 노르웨이에서 배웠지만,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대한민국 국민들께 감동을 드릴 수 있는 국가대표가 되고 싶습니더."
11일 서울 남산의 한 카페에서 만난 크로스컨트리·바이애슬론 유망주 김마그너스(17)는 구수한 부산 사투리로 자신을 소개했다. 그의 이국적인 외모를 보고 있으면 부산 사투리가 약간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마그너스는 부산 선박회사와 일하던 노르웨이인 아버지(노르웨이 선급협회 근무)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선수다. 2011년 노르웨이로 건너가기 전까지 줄곧 부산에서 살았던 '경상도 토박이'다. "쌀 구하기 힘든 노르웨이에서도 어머니께서는 매일 쌀밥과 찌개 등 한국 음식을 해주셨어요. 그래도 한국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그립죠. 추운 노르웨이에서 한창 훈련하다 보면 따끈따끈한 단팥죽이 어찌나 그립던지…. 오랜만에 곰장어, 떡볶이도 먹고 싶습니다." 지난 10일 한국에 들어온 마그너스는 '스키인의 밤' 등 국내 행사에 참석한 뒤에 오는 18일 노르웨이로 돌아가 훈련에 매진할 계획이다.
마그너스는 지난 4월 자신의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선택을 했다. 한국과 노르웨이 2개 국적을 보유한 마그너스는 2018 평창올림픽을 위해 하나의 국적을 택해야 했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선수가 국적을 변경해 국제대회에 출전할 경우 향후 3년 동안 IOC가 주관하는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 마그너스로선 지난 4월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할 국적을 정할 마지막 기회였다. 노르웨이 바이애슬론연맹으로부터 수차례 좋은 제안을 받았던 그는 결국 어머니의 나라인 한국을 택했다.
"스키 강국 노르웨이는 제가 없어도 괜찮지만, 아직 설상 종목 올림픽 메달이 없는 한국엔 제가 큰 힘이 될 거라고 많은 분이 조언해주시더라고요. 또 유년 시절 한국에서의 좋은 기억 때문에 평창올림픽에 꼭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고 싶었습니다."
마그너스는 크로스컨트리 종주국인 노르웨이에서도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그는 지난 2012년 크로스컨트리와 바이애슬론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노르웨이 전국스키선수권에서 크로스컨트리 남자 15세 클래식, 스프린트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2월 평창 전국동계체육대회에서 주니어 4관왕을 차지한 그는 한 달 뒤 노르웨이 노르게스컵 17세부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같은 나이대에 적수가 없었던 마그너스는 노르웨이 스키선수권 시니어 대회에서 바이애슬론 스프린트 7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노르웨이 크로스컨트리·바이애슬론 연맹에서도 마그너스를 차세대 주자로 육성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마그너스는 한국 국가대표로 평창올림픽에 나가기로 결심했다. 마그너스는 "피겨 불모지였던 한국이 김연아 선수 이후로 피겨 붐이 일었던 것처럼 한국 크로스컨트리를 크게 발전시키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스포츠맨인 마그너스는 국제대회에서 한국과 노르웨이가 맞붙을 때 가장 난감하다고 한다. 마그너스는 "특히 오심 논란이 일었던 2008 베이징올림픽 여자 핸드볼 준결승전이 가장 난감했던 순간이었다"며 "아버지는 노르웨이를 응원하고 어머니는 한국을 응원하시는데 나는 어디를 응원해야 할지 몰라 한손엔 태극기, 한손엔 노르웨이 국기를 들고 번갈아가며 응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노르웨이의 축구 스타 올레 군나르 솔샤르와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한솥밥을 먹었을 때 두 나라 선수들을 한꺼번에 응원할 수 있어서 매우 좋았다"며 "그런 날이 또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평창올림픽 개막까지는 1000일 정도 남았다. 마그너스의 다이어리에도 남은 기간 이뤄야 할 세부 목표가 빼곡히 적혀 있다. 마그너스는 "2016 릴레함메르 유스올림픽, 2017 삿포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고 마지막으로 평창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평창올림픽에서 한국인 최초로 크로스컨트리·바이애슬론 종목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고 단상 위에 서고 싶습니더. 지켜봐 주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