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남은 국회 대책비로 아내가 만든 비자금"
"공적 자금 생활비로 유용한 사실 자백한 셈"
홍준표 경남지사(사진)는 11일 2011년 한나라당 경선 기탁금 1억2000만원은 자신이 국회 운영위원장과 한나라당 원내대표로 재직하던 시절 쓰고 남은 국회 대책비를 모아 아내가 대여금고에 관리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재산 신고 누락 등 ‘공직자 윤리법’ 위반과 함께 국회 활동비 명목의 공적 자금을 생활비로 유용한 사실을 스스로 털어놓은 셈이다. 정치권은 ‘성완종 리스트’를 피해가려던 홍 지사가 오히려 제 발등을 찍었다는 얘기가 돌았다.
홍 지사는 이날 오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런 해명을 내놓았다. 이에 앞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같은 취지를 밝혔다.
홍 지사는 “2008년 여당 원내대표를 할 때 국회 운영위원장을 겸하기 때문에 매달 국회 대책비로 나오는 4000만∼5000만원씩을 전부 현금화해 국회 대책비로 쓰고 남은 돈을 집사람에게 생활비로 주곤 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집사람이 그 돈들을 모아 비자금으로 만들어 2004년 8월부터 우리은행 전농동지점에 대여금고를 빌려 2011년 6월 당시 3억원가량을 가지고 있다가 제가 경선 기탁금이 커서 돈 좀 구해달라고 부탁하니 그 중 1억2000만원을 5만원권으로 내어줘 기탁금을 냈다”고 설명했다.
홍 지사는 또 “이번에 검찰 수사를 받기 전에 그때 그 돈이 무슨 돈이었는지 물어보니 (집사람이) 그렇게 알려주었고 왜 재산 등록 때 말을 안 했느냐고 하니 자기 비자금인데 당신 재산 등록에 왜 하느냐고 반문했다”면서 “아직도 돈이 1억5000만원정도 남아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잠실 집 근처 우리은행에 대여금고를 가지고 있는데, 이번 수사 때 오해 받을까 겁이 나 남은 돈은 언니 집에 갔다 놓았다고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치권 관계자는 “문제가 된 2011년 경선을 앞두고 홍 지사가 부인에게 기탁금 1억2000만 원을 달라고 하자 부인이 거액을 5만원권으로 내놓았다고 하는데, 그걸 받으면서 출처도 물어보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홍준표 지사는 재산 신고 누락으로 당선 무효된 공정택 전 교육감을 잊었는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3월 관보를 통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홍 지사는 아내가 숨겨놓았다는 ‘비자금’을 신고하지 않았다”면서 “얼마나 다급했으면 위법 사실을 뒤늦게 고백했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논평은 이어 “공 전 교육감은 2008년 선거 당시 부인이 친구 명의로 관리하던 억대의 차명재산에 대해 신고를 누락한 혐의로 교육감 직위를 상실했다”면서 “지금 홍 지사는 본인이 올무에 갇혔다고 말하고 어떻게든 자신의 죄를 면하기 위해 애쓰고 있으나, 지금 자신의 죄를 가리기 위해 토해놓는 변명이 또다시 스스로를 엮는 올무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