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의 한 스포츠다이렉츠 매장 입구. 호출형 근로계약(zero-hours contract) 폐지를 요구하는 시위 피켓이 보인다.

보수당의 압승으로 끝난 영국 총선의 여파로 재산이 1600억원 이상 늘어난 기업인이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뉴캐슬 유나이티드 FC의 구단주이기도 한 마이클 애슐리(Michael Ashley)가 주인공이다.

선거 결과로 최근 2부리그 강등권에 근접한 뉴캐슬 구단의 가치가 올라갔을 리는 만무하다. 달라진 것은 그가 소유한 또 다른 사업체인 스포츠용품 전문 유통매장 스포츠다이렉츠(Sports Directs)의 주가다.

스포츠다이렉츠는 전세계에 500개 이상의 매장을 가지고 있는 영국 최대 스포츠 전문 소매업체다.

인디펜던트는 보수당의 승리가 확정된 후 8일 하루 동안 스포츠다이렉츠의 주가가 4.5% 올랐다고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에 따라 애슐리가 보유한 이 회사 지분의 가치는 9500만파운드(약 1600억원)나 치솟았다. 2012~13시즌 EPL 우승을 차지한 맨체스터 시티의 이듬해 중계료와 같은 금액이다.

마이클 애슐리 스포츠다이렉츠 최고경영자(CEO)

대선 결과에 이 회사 주가가 이렇듯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은 선거에 참패한 에드 밀리밴드 전 노동당 당수가 내걸었던 공약 때문이다. 밀리밴드는 선거 캠페인 기간 중 노동당이 승리할 경우 이 회사가 시행하고 있는 호출형 근로계약(zero-hours contract)을 금지하겠다고 약속했었다.

호출형 근로계약은 직원의 근무시간이나 횟수를 정하지 않고 매장이나 업주의 상황에 따라 필요할 때마다 근무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스포츠다이렉츠 직원 2만3000명 중 1만5000명은 이 같은 형태의 고용 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밀밴드 전 당수는 호출형 계약에 대해 ‘전염병’(epidemic)이란 표현까지 사용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12주를 근속한 근로자들은 정규 계약직으로 전환하도록 할 것을 주장했다.

선거에서 승리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나라면 그런 조건으로 일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 했지만 이와 관련된 공약을 내걸지는 않았다.

하지만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35억파운드(약 5조8000억원)의 재산으로 선데이타임스 산정 영국 22위의 부자인 애슐리가 이런 고용 형태를 유지하는 것에 대한 여론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150만명의 조합원을 거느린 영국 3대 노조 중 하나인 유나이트(UNITE)의 스티브 터너(Steve Turner) 사무부총장은 관련 인터뷰에서 호출형 근로계약은 “빅토리아 시대(1837 - 1901)에나 있었을 법 한 고용 형태”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