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횡령 등 혐의로 아들인 이호진(53) 전 태광그룹 회장과 함께 실형을 선고받은 이선애(88) 전 태광그룹 상무가 7일 사망하면서 재계 일각에서는 모자(母子), 부자(父子), 형제(兄弟)가 동시에 수감 생활을 하는 것은 사실상 이중 처벌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 전 상무 모자는 2011년 900억원대 배임, 400억원대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 2심에서 징역 4년(이선애 전 상무)과 징역 4년6개월(이호진 전 회장)을 선고받았다. 두 사람 다 건강상의 이유로 구속집행정지·보석 등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지만, 그룹을 이끌어온 모자의 부재가 이어지면서 핵심 계열사인 태광산업은 지난해 300억원이 넘는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회사 돈 40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된 SK그룹 최태원(55) 회장·최재원(52) 부회장 형제 역시 대법원에서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대기업 법무팀의 한 변호사는 "회장에게 포괄적인 책임을 묻거나 부회장에게 실질적인 책임을 묻는 등 어느 한 사람이 책임지면 될 일을 형제를 합해 7년6개월이나 선고한 것은 가혹한 감이 있다"고 말했다.
2000억원대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한 혐의로 기소된 LIG그룹 구자원(80) 회장의 장남 구본상(45) LIG넥스원 부회장과 차남 구본엽(43) 전 LIG건설 부사장도 각각 징역 4년과 3년을 선고받고 수감 생활 중이다. 불구속 기소됐던 구 회장 역시 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같은 사건으로 삼부자(三父子)가 모두 수감 생활을 한 셈이다.
그간 법원·검찰에서 '가족을 동시에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은 일종의 불문율이었다. 지난 2006년 대검 중수부는 대기업 회장을 구속 기소하면서 아들인 부회장은 기소유예 처분했다. 당시 검찰은 "주책임자를 구속한 상황에서 아들까지 법정에 함께 세우는 것은 너무 가혹하고 경영 공백 문제도 고려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기업 관계자들은 "총수 일가가 부재한 상황에서 공격적인 투자는 생각지도 못할 것"이라며 "투자는커녕 '최악의 위기'를 맞지 않을까 가슴을 졸이는 게 현실"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재벌 총수 일가에 동시에 실형이 선고된 사건은 주도적으로 범행을 한 사람과 지시에 따른 사람이 명확하게 구별이 되지 않는다는 특수성이 있다"면서 "동등한 책임을 져야 하는데도 어느 한 사람만 처벌하면 그것이 오히려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