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두부를 싫어했다. 일본에 살 때는 어른들이 두부가 얼마나 영양가가 높은 음식인지를 누누이 강조하시고, '일본인의 필수 음식'이니 먹어야 한다고 하셔서 반강제로 먹어왔다. 그리고 한국에 시집왔더니 가족들이 모두 대단한 두부 킬러인 게 아닌가. 당근이나 오이, 돼지고기, 고등어를 싫어한다고 하면 다들 이해해주는데, 두부를 싫어한다고 하면 일본인이나 한국인 가릴 것 없이 '이 사람, 참 특이하네. 이렇게 맛있는데 싫어하다니'라는 표정이다.

예전에 시부모님이 남양주 사실 때는 두부 만드는 기계를 들여놓으시고 손수 두부 만들기에 팔을 걷어붙이셨다. 직접 만든 두부를 거의 매주 서울까지 일부러 가져다주셨고, 우리가 남양주로 가는 날에는 두부를 한 모도 아니고 여섯 모씩 대량으로 만들어 놓고 기다리셨다. 만들어주신 정성을 생각하면 안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두부 고문'을 받는 기분이었다. 서울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한 모는 옆집 현우 엄마 주고, 한 모는 바이올린 선생님 주고, 아, 그렇지, 늘 신세를 지는 그분께도 갖다주고…. 세 모는 김치찌개랑 된장찌개에 넣고…"라고 중얼거리며 두부를 무사히 처리(?)할 방법을 고민했다.

일본 도쿄 다이마루백화점 식품 매장에서 파는 두부들.

중국, 한국, 일본의 공통 음식 중 하나가 두부일 것이다. 평범해 보이는 두부이지만 각각 공정이나 먹는 법이 달라서 재미있다. 일설에 따르면, 중국에서 최초로 두부가 만들어진 것은 지금으로부터 2000년 전이며, 한국에는 14세기 고려 말기 문헌에 두부를 언급한 기록이 있다고 한다. 일본에 전해진 것은 8세기 헤이안 시대로 추정된다.

일본에서는 두부를 비교적 차갑게 해서 소금, 간장, 허브를 얹어 먹는 히야얏코가 주류다. 일본 사람들은 날씨가 쌀쌀해지면 다시마 국물로 두부를 데워 양념을 뿌려 먹는 온얏코를 그리워한다. 차가운 두부를 이용한 두부 스테이크나 두부에 고기나 해산물을 넣고 조리는 두부조림, 물기를 뺀 두부를 가볍게 볶아 먹는 두부볶음, 부들부들한 두부로 만드는 두부튀김, 두부 속에 다진 채소나 닭고기를 넣어서 튀겨 먹는 간모도키 등 두부 요리는 끝을 모르고 이어진다. 굳이 거창한 조리법을 동원하지 않고도 먹는다. 한국도 마찬가지. 시어머니가 두부 만들기에 푹 빠지셨을 때 "냉장고에 넣어 둔 차가운 두부를 끓는 물에 넣고 따뜻하게 데쳐서 양념장을 뿌려 먹으면 정말 맛있어"라며 일러주신 기억이 난다.

예나 지금이나 한국인과 일본인의 식생활을 지탱하고 서민의 음식으로 사랑받는 두부는 영양 면에서도 탁월하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레시틴, 노화 방지에 효과적인 사포닌, 여성호르몬과 비슷한 작용을 한다는 이소플라본이 들어 있다. 이렇게나 건강에 좋다고 하니, 앞으로도 당당하게 "두부가 싫어요!"라고 말하기는 곤란할 것 같다.

두부를 좋아하는 남편과 장남을 위해서도, 혹은 내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집 식탁에 두부 요리 목록을 늘려갈 생각이다. 시어머니께 경상도 스타일 두부조림이나 궁중 두부요리도 배우긴 해서 얼추 만들 수는 있다. 연희동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국산 유기농 콩과 최고급 천연 간수만 사용해서 두부를 만드는 가게가 있다. 두부나 콩나물을 만원어치 이상 주문하면 다음 날 집까지 배달해준다. 오늘이라도 갓 만든 따끈따끈한 두부를 주문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