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중국 증시에 급제동이 걸렸다. 5일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보다 4.1% 급락한 4298.71로 마감했다. 그동안 상승세가 지나쳤다는 불안감에 신주 발행에 따른 수급 부담 우려까지 겹치며 속절없이 하락했다. 중국 국유기업 중심의 홍콩 항생H지수도 3%가량 급락했다.
이번 급락은 거품 붕괴의 시작일까, 일시적 조정일까. 최근 6개월 사이 두 배 뛴 중국 증시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 논쟁이 한창이다. 세계 최대 검색 엔진 구글 검색창에 '중국 주식(china stock market)'을 입력하면 '거품(bubble)' '붕괴(crash)' 같은 단어가 자동으로 따라 뜬다. 지난달 말 중국 현지 자산 운용사 10여곳과 미팅을 하고 온 국내 A운용사 해외주식 운용본부장은 "현지 분위기가 심상찮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중국 펀드매니저들이 예외 없이 "올 연말 지수가 6000~8000포인트까지 오를 것"이라더니 이번엔 "8000까지 가긴 가겠지만 3년 정도 걸릴 것 같다. 올해는 추가 상승 여력을 장담할 수 없다"는 신중한 분위기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올 들어 '증시 친화적'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활황세는 계속될 것이라는 게 낙관론자들의 의견이다. 반면 펀더멘털(경제 기초 체력)에 기반하지 않은 이런 조작된 활황은 끝이 좋을 리 없다는 비관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중국 증시 거래 대금, 뉴욕의 2배
작년 하반기부터 중국 증시를 밀어올린 요인은 크게 세 가지다. 중앙은행이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해 작년 11월부터 금리 인하와 지급준비율 인하 등 양적 완화 정책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 홍콩을 통해 외국 투자자들이 자유롭게 중국 상하이 증시에 투자할 수 있는 길(후강퉁)도 열렸다. 이 와중에 성장률 등 경제 지표는 갈수록 나쁘게 나와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최근 중국 현지에선 글을 모르는 사람까지 돈을 싸들고 객장으로 향하고, 젊은이들은 스마트폰으로 하루 수십 차례 재미 삼아 샀다 팔았다 하는 통에 거래량이 폭증하는 중이다. 상하이와 선전 증시 합계 거래 대금이 뉴욕 3대 지수 합계치의 2배마저 뛰어넘었고, 한 주에 새로 개설되는 증권 거래 계좌 수도 작년엔 많아야 평균 18만건 남짓이었던 것이 4월 셋째 주엔 328만건을 웃돌았다. 지난달 20일에는 주식 거래 대금이 사상 최초로 1조위안(약 180조원)을 돌파, 대금을 표시하는 거래소 통계 시스템이 먹통이 돼버리기도 했다. 중국 포털 사이트에는 거리에서 바나나를 파는 노점상이 바나나 더미 사이에 노트북을 펼쳐 놓고 주식 시세 그래프를 들여다보는 사진까지 돌아다니고 있다.
중국 개미들이 인해전술로 증시를 달구자 국내 투자자들도 홍콩을 통해 속속 동참 중이다. 지난달 28일 기준, 국내에서 홍콩을 통해 중국 주식에 직접 투자한 잔액은 2조3000억원 수준으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9000억원 늘었고, 중국 주식형 펀드를 통한 간접 투자 자금도 올 들어 2000억원 넘게 불었다.
블룸버그의 아시아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펀더멘털과 달리 증시만 달아오르는 최근의 현상에 대해 "결코 끝이 좋을 리 없다"며 투자자들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할 것을 권고했다. 반면 신한금융투자 박석중 수석연구원은 "버블이냐, 아니냐 판단은 주가 상승 높이가 아닌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을 따져보고 해야 한다"며 "인도·미국 등 주요 국가와 상대적으로 비교해 봐도 중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은 여전히 역대 고점(高點)보다 낮아 과열 상태일지언정 버블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 헷갈리는 조치
사실 낙관적 투자자들이 믿는 구석은 중국 정부다. 1인당 1계좌만 허용하던 정부는 최근 개인당 다수 계좌를 허용하는 조치를 내놨다. 또 기업공개(IPO) 문턱을 낮춰 기업들의 은행 대출 의존도를 줄이고 증시를 통한 자금 조달을 늘리는 구조 개편을 꾀하고 있다. 중국의 가장 큰 골칫거리인 부동산 시장에서 투기 자금을 빼내 주식시장으로 돈이 흘러가게 하려는 의도도 숨어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하지만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하는 조치도 함께 나오고 있다. 지난달 중국 증권감독위원회는 시장 참가자들에게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네 차례나 내놨다. 샤오강(肖鋼)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 주석은 지난 16일 "이성과 냉정함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신규 투자자들은 경험이 없을 뿐 아니라 위험 관리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다"며 개인투자자의 묻지 마 투자에 대한 우려감을 표시했다. 홍콩 미즈호증권 수석 아시아 이코노미스트 쉔 지앙우앙은 "지준율 인하에서 보듯 중국 정부는 주가 상승에 따른 경제 활성화 순기능을 전략화하고 있기 때문에 증시가 심하게 조정받는 것을 결코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