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DB

“뇌 수술 전문의도 성형 수술을 할 수 있다.” “병원들이 섀도우 닥터(그림자 의사·수술 집도의를 대신해 수술을 하는 의사)를 두고 있지 않다고 확신할 수 없다.”

홍콩의 유력 영자지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일 “한국 정부의 ‘성형 수술’에 대한 부실한 규제가 한국으로 성형 관광을 떠나는 중국인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의사가 성형 수술을 해도 막을 방법이 없고, 마취 부작용 등 응급 상황 발생시에 대비한 준비도 제대로 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1월, 서울의 한 성형외과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성형 수술을 받던 중 뇌사 상태에 빠진 사건이 벌어졌다. 중국 언론과 온라인 사이트에는 ‘한국 성형 수술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보도나 글이 쏟아졌다.

이에 한국 정부는 지난 2월 불법적인 성형 관광을 막고 안전한 외국인의 성형 수술을 위한 대책들을 내놓았다. 성형 중개업자와 불법 성형 브로커들을 철저히 감독하고, 공식 허가를 받은 업체만 외국인 환자들을 유치 할 수 있게 하는 방안들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으로는 부족하며, 한국이 성형 수술 선진국이라는 이미지를 잃지 않으려면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SCMP는 지적했다.

현재 한국의 의료 관련 법률들은 반드시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니더라도 성형 수술을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조수영 성형외과전문의협회 대변인은 “뇌 수술 전문의가 성형 수술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느슨한 규제는 의사 수가 극히 적었던 100년 전에 만들어진 것들이지만 정부는 바꿀 마음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조 대변인에 따르면 현재 한국 성형 수술 시장에는 약 1만명의 비성형전문의가 성형수술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현재 활동중인 성형외과 전문의는 약 2000명 수준”이라며 “중국 환자들은 자신을 수술할 의사가 성형외과 전문의인지 아닌지를 구분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중국 측 성형 관광 중개인들도 한국의 성형에 관한 규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성형 관광 중개인인 중국인 리안 창씨는 “한국은 꼭 전문의만 성형 수술을 할 필요가 없고, 비 성형 전문의들도 중국에 합법적으로 성형 광고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성형외과는 성형외과 전문의가 열 수 있지만, 많은 병원들은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의사들을 고용해 수술을 하고 있다고 SCMP는 보도했다. 이른바 ‘섀도우 닥터’이다. 섀도우 닥터들은 환자가 수술대 위에 누워있으면 몰래 수술실에 들어와 수술을 진행한다.

이러다 보니 원하는 결과를 못 얻는 것은 물론, 위험한 상황에 빠지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한 한국 간호사는 “한국은 성형 수술 실력이 좋은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성형 수술의 결과가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라면서 “성형외과들이 섀도우 닥터를 두고 있지 않다고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SCMP는 또 “마취 관련 처지와 응급 상황 대응은 우려할만한 수준이다. 한국 내 많은 환자들이 마취 알레르기 반응으로 사망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