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은 4·29 재·보선 완패로 30일 크게 동요했다. 지난 2월 문재인 대표 체제 출범 이후 표면 아래로 잠수했던 각 계파의 파워 게임도 재현될 조짐이다. 문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친노(親盧), 그리고 김한길·안철수 전 대표, 박지원 의원 등 비주류(非主流)에, 광주에서 무소속 당선된 천정배 의원 등 장외(場外) 세력까지 가세한 이번 파워 게임 결과에 따라 야권의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일부 지도부 사퇴 표명
새정치연합은 이날 오전 문 대표의 선거 결과에 대한 입장 발표 직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비공개회의에서 주승용 최고위원은 "문 대표가 입장 발표 전에 최고위원들과 사전 상의도 안 했다. 우리는 들러리냐? 나라도 사퇴하겠다"고 했다. 일부 최고위원들이 주 최고위원을 말렸고 문 대표는 착잡한 표정으로 이 과정을 지켜봤다고 한다. 그러나 최고위원 다수는 "현재는 분열보다는 통합이 필요하다. 문 대표 중심으로 단결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이날 오후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박주선 의원이 "호남 민심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며 지도부 총사퇴를 주장했지만 다수 의원은 "지도부 사퇴는 무책임하다"며 만류했다. 한때 양승조 사무총장, 이춘석 전략홍보본부장 등 핵심 당직자들의 자진 사퇴 이야기도 나왔지만 "가볍게 행동하지 말라"는 주류 측 메시지가 전달된 이후 사퇴 의사는 철회됐다.
◇김한길 "이겨야 하는 선거를 졌다"
비주류 최대 계파 수장인 김한길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겨야 하는 선거를 졌다. 총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다들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지도부가 사퇴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제가 할 얘기가 아니다"고만 했다. 김 의원 측은 "총선에서 이기려면 야권의 큰 변화가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작년 7·30 재·보선 직후 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김 의원과 가까운 의원들은 호남의 지지를 얻는 중도 정당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한길계 재선 의원은 "친노는 남에게 책임을 물을 때는 매섭지만 정작 자신들의 과오에 대해선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했다.
◇동요하는 동교동계
호남을 지지 기반으로 하는 박지원 의원과 동교동계 인사들도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은 호남에서 야당이 무소속 후보에게 패했다는 사실에 크게 동요했다. 박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보수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호남이 잡아주고 있었는데 무너져내렸다"고 말했다. 박 의원과 동교동계는 이번 재·보선 지원 문제로 문 대표와 갈등을 빚은 뒤 뒤늦게 선거 지원에 나섰다. 야당 관계자는 "이들이 선거 지원을 주저했다는 것 자체가 흔들리는 호남 민심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동교동계 인사들은 야당 상황을 지켜본 뒤 5월 초 입장 표명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문재인 지킴이?
안철수 의원은 문재인 대표와 따로 만나 일단 문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 안 의원 제안으로 이뤄진 이날 국회 회동에서 안 의원은 "문 대표가 리더십을 발휘해 당내 소모적 갈등이 재연되는 것을 막고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5월 7일로 예정된 야당 원내대표 경선을 합의 추대 형식으로 할 것을 제안했다. ◇몸 낮춘 親盧
문 대표와 가까운 친노 의원들은 선거 직후 별도 모임을 자제하면서 몸을 낮추는 전략을 택했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그러나 문 대표 외에 다른 대안도 없다. 문 대표를 중심으로 전열을 재정비하고 혁신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책임져야죠. 무겁게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지만 "유능한 경제 정당, 많은 사람과 함께하는 네트워크 정당은 틀리지 않았다"며 대표직 유지 의사를 밝혔다.
지도부나 친노계와 달리 비주류는 삼삼오오 모임을 가지면서 향후 행동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문병호·황주홍 의원 등 온건 성향 의원들로 구성된 '민주당 집권을 위한 의원 모임(민집모)'은 이날 점심 회동을 갖고 문 대표의 입장 발표와 거취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한 참석 의원은 "선거 패배에 격앙된 목소리가 많이 나왔지만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 대표 사퇴는 당의 급격한 붕괴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정권심판론' 등 강경 노선이 민심과의 괴리를 불러왔다는 인식 속에 중도 강화 전략을 계속 요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