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그날이 눈앞에 다가왔다.

'무결점 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38·미국)와 '체급 파괴자' 매니 파퀴아오(37·필리핀)가 3일(한국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호텔 특설 링에서 맞붙는다. '방어의 신(神)'으로 불리며 단 한 번도 지지 않은 47승의 무패 복서 메이웨더와 자신보다 5~10㎝ 큰 상대들을 때려눕히며 사상 초유의 8체급 석권을 달성한 파퀴아오의 맞대결에 전 세계 스포츠 팬들이 흥분하고 있다.

예상 수익은 복싱 역사상 최고액인 4억달러(약 4297억원)다. 대전료는 메이웨더가 60%, 파퀴아오가 40%를 가져간다는 조항에 따라 메이웨더가 1억5000만달러(약 1611억원), 파퀴아오가 1억달러(약 1074억원)를 챙기게 된다.

미국은 돈 걱정, 필리핀은 정전 걱정

국내 팬들은 SBS와 SBS스포츠를 통해 오전 11시부터 '세기의 대결'을 감상할 수 있다. 정작 경기가 열리는 미국에선 이 '빅 매치'를 보기가 쉽지 않다. 지난 23일 예매를 시작했던 일반 입장권 1000매는 1분 만에 동났다. 링사이드 티켓의 암표 값은 2억7000만원에 육박한다. 약 800억원의 입장권 수익이 예상된다.

메이웨더와 파퀴아오

안방에서 감상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미국에서 이 경기를 TV로 보기 위해선 최소 89.95달러(약 9만7000원)를 지불해야 한다. 이는 2007년 오스카 델라 호야와의 경기로 PPV(유료 시청 서비스) 최다 결제 기록(248만건)을 세운 '머니' 메이웨더가 또다시 돈방석에 앉는다는 의미다. 중계사인 HBO와 쇼타임은 역대 최다인 300만건 이상의 결제로 3000억원 이상의 PPV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에선 돈을 걱정해야 한다면 파퀴아오의 조국인 필리핀에서는 대규모 정전(停電) 사태가 우려된다. AP통신은 지난 30일 "전기 공급이 원활치 않은 필리핀 팔라완주의 전기협동조합 측이 파퀴아오―메이웨더전이 중계되는 2~3시간 동안 주민들에게 냉장고 등 전자제품 사용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전했다.

파퀴아오의 경기가 열릴 때면 정부군과 반군이 휴전을 선포하고, 여야의 정쟁이 멈춘다는 것은 너무나 유명한 얘기다. 현역 국회의원인 파퀴아오는 2013년 자국의 태풍 피해 때 브랜든 리오스(미국)와의 대전료 191억원을 모두 기부하는 등 영웅적인 행보로 대통령 출마설까지 나오고 있다.

수비의 달인 vs. 공격의 제왕

지난 30일 기자회견에서 대면한 메이웨더와 파퀴아오는 조용한 기 싸움을 벌였다. "내가 무하마드 알리보다 낫다"고 하는 등 평소 거만한 행동으로 악명이 높은 메이웨더는 이날만은 "파퀴아오는 위대한 파이터"라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이내 "내가 더 크고 강하다"며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파퀴아오는 "메이웨더는 생애 처음으로 패배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펀치를 어깨로 막거나 흘리는 '숄더 롤(shoulder roll)'이 장기인 메이웨더는 상대 공격을 피하고 정확히 꽂아 넣는 오른손 공격이 일품인 아웃복서다. 반면 강력한 왼손 스트레이트를 자랑하는 '사우스포(왼손잡이)' 파퀴아오는 파괴력 넘치는 인파이터다. 파퀴아오는 2010년 안토니오 마가리토를 물리치고 8체급 석권을 달성할 당시 12라운드 동안 무려 1069회의 펀치를 뻗어 474번을 적중시켰다.

파킨슨병을 앓고도 15년째 파퀴아오의 곁을 지키는 트레이너 프레디 로치는 "도망 다니는 메이웨더를 보다가 잠이 든 적도 있다"며 "이번엔 그러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메이웨더의 트레이너이자 아버지인 메이웨더 시니어는 "아들의 강펀치를 맞은 파퀴아오는 깨진 턱을 찾으러 다녀야 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많은 전문가는 '판정으로 가면 메이웨더, KO로 승부가 나면 파퀴아오의 승리'를 점친다. 파퀴아오의 강력한 '한 방'이 터지지 않을 경우엔 메이웨더의 영리한 경기 운영을 당해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전 세계 대부분의 베팅사이트는 파퀴아오의 승리에 높은 배당금을 걸었다. 파퀴아오가 이길 확률이 낮다는 의미다.

판정 결과가 석연치 않을 경우엔 두 선수의 재대결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케이블채널 쇼타임과 6경기 계약을 체결한 메이웨더는 이 경기를 하고 난 뒤에도 한 경기가 더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