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고무신
박목월 지음ㅣ정민 엮음ㅣ태학사 | 240쪽ㅣ1만원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박목월 시인의 산문 중 대표작 44편을 뽑아내 만든 책이다. 정민 한양대 교수가 박목월 산문의 정수(精髓)를 골라내 엮었다. 유년의 기억을 담은 '고향의 풍경', 문학 활동을 정리한 '나의 문학 여정', 생활의 발견을 담은 '일상의 경이'로 구성됐다.
박목월은 고도(古都) 경주에서 나고 자랐다. 어린 시절 그는 분황사 탑 위로 뜬 달을 바라보며 '아름다운 여신이 두 손을 치켜들고 과일을 받쳐 든 형상'이라고 감탄했다. '혹은 달이 구름 속에 숨게 되면 일곱 빛으로 물들인 안으로 환하게 밝은 그 신비로운 채운(彩雲)을 이마에 얹고 탑은 깊은 물 속에 잠기듯 수상한 푸른빛을 띠는 것이다'라고 묘사했다.
어느 날 어린 박목월은 당시로선 귀한 고무신을 신고 달밤에 분황사로 놀러 가서 친구들과 어울렸다. 친구들이 모두 고무신을 부러워했다. 그는 고무신이 닳을까 봐 벗어서 분황사 탑에 올려놓고 뛰어다녔다. 그런데 고무신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는 절망의 시선으로 달을 쳐다봤다. 달은 서러움과 비애의 표상으로 떠올랐다. '참으로 한 켤레의 평생 처음 신어보는 신기한 신발을 잃어버림으로써 달과 달빛과 깊은 애수에 잠긴 탑의 서러운 모습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럴수록 탑은 더욱 아름답고 달빛도 한결 아름다웠다.' 그로 인해 그 소년은 달빛을 노래하는 시인이 됐다. 그는 달과 탑을 겹쳐 보며 자연과 예술의 만남을 느낌으로써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삶을 노래한 가객(歌客)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