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여왕’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효과는 여전했다. 박 대통령은 정치적인 위기가 닥쳤을 때마다 선거에서 승리하며 극복해 왔다. 측근이 연루되며 집권 후 최고 위기가 될 수 있었던 ‘성완종 리스트’ 파문도 역시 선거를 통해 극복의 계기를 마련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대선 당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 9일 숨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주머니에서 여권 실세 8명의 이름과 금액이 적힌 메모가 발견될 때만 해도 여권은 위기를 맞은 듯 했다. 박근혜 정권의 최측근인 전·현직 청와대 비서실장과 친박(親朴) 실세 의원이 성 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에 야당은 공세를 펼쳤다.

박 대통령은 정면 돌파를 택했다. 중남미 순방에서 돌아온 박 대통령은 선거 하루 전인 지난 28일,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유감을 표하면서 “성 전 회장의 사면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고 노무현 정부와 당시 여당이었던 현 야당을 역공했다. 그리고 새누리당은 4·29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4석 중 3석을 차지하며 압승했다. ‘27년 야당 텃밭’ 서울 관악을에서 이기는 등 의미도 크다.

4·29 재보선에서 여당의 압승으로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치러진 모든 재보선에서 승리하게 됐다.

30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의에서 4·29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의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지난해 7·30 재보선은 더 극적이었다. 작년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민심은 악화됐다. 야당은 당시 ‘세월호 심판론’을 내세우며 박 대통령을 심판해달라고 호소했지만, 선거 결과는 11대4로 새누리당의 압승이었다. 오히려 새정치연합이 역풍을 맞았고,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가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했다.

박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치러진 2013년 4·24 재보선 때는 선거가 치러진 3곳 중 안철수 전 새정치연합 대표가 출마한 서울 노원병에서만 패했고, 나머지 두 곳에서 승리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취임하기 전부터 장관 후보자가 줄줄이 낙마하며 정권 초기에 지지율이 떨어졌다. 하지만 취임 직후인 4·24 재보선 승리와 함께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의원이 국회로 입성하며 국정 동력을 회복했다.

같은 해 치러진 10·30 재보선에서도 새누리당이 경기 화성갑과 경북 포항남·울릉 두 곳 모두에서 승리했다. 이 때는 국군사이버사령부가 지난 대선 기간에 댓글 작업을 하는 등 선거에 개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을 시기다. 악재 속에서 수도권인 경기 화성갑에서는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이 민주당 후보보다 두 배 이상의 득표율을 얻으며 압승했다.

재보선은 정부와 여당에 대한 중간 심판의 성격이 있어 일반적으로 야당에 유리하다. 이명박 정부 시절 한나라당은 총 4차례 재보선에서 1번만 야당에 이겼을 뿐이다. 현 새누리당이 재보선에서 선전하는 배후에는 박 대통령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과거에도 위기 때마다 구원투수로 등장해 급한 불을 껐다.

2004년 탄핵 역풍 속에서 치러진 제17대 총선에서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 한나라당은 예상보다 많은 121석을 얻으며 선전했다. 위기 속에서 당 대표로 취임한 박 대통령의 주도로 차떼기 정당의 오명을 씻고 탄핵이라는 과오를 속죄하기 위해 천막당사로 들어간 전략이 통했다.

2011년 12월에는 한나라당 의원 소속 비서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공격한 디도스 사건으로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사퇴하자 박 대통령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됐다. 박 대통령은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꿨고, 전국적으로 부는 무상 복지 바람 속에서도 2012년 4월 치러진 제19대 총선에서 152석을 얻어 과반 의석을 지켜냈다. 무상 급식, 무상 보육, 무상 의료라는 민주통합당의 ‘3무(無) 정책’에 대항해 ‘0~5세 아동의 전면적 무상 보육’을 들고 나온 것이 효과를 봤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 대통령에게는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본능적인 면모가 있는 듯하다”며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꼬투리가 잡히지 않는 한도 내에서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신 교수는 이번 재보선에 대해 “박 대통령은 국무총리 사표 수리, 대국민 사과를 하라는 야당의 요구를 들어줬다”며 “야당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자 유권자들은 (심판론만 내세우는) 야당에 오히려 비판적이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