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국가(IS)'를 'IS'라 부르지 말고 '파헤시'라 불러주세요. 아랍어로 '외설'이라는 뜻인데, IS라는 테러 그룹을 가장 정확히 묘사하는 단어니까요."

투르키 빈 파이살 알사우드(70) 전 사우디아라비아 국가정보원장은 29일 "테러 청정지역이라는 한국도 IS 같은 단체의 활동에 늘 주의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아산정책연구원이 주최한 '아산 플레넘 2015' 참석 차 방한한 그는 2001년 사우디인들이 개입된 9·11 테러 발생 직전까지 22년간 국정원장을 맡았으며, 주영(駐英)·주미 대사를 거친 사우디의 유력 왕자이자 외교안보 전문가이다. 현재 공직에서는 물러나 국제핵비확산군축위원회(ICNND) 집행위원 등 국제기구에서 사우디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파이살 왕자는 IS 사태의 원인을 이슬람과 연관시켜 종교적으로 분석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파헤시는 이슬람 가치를 악용하고 도용해 영향력을 넓히고, 난잡하고 잔혹한 행위를 정당화하는 단체"라면서 "이들이 생겨난 이유는 반정부 세력을 양산한 시리아나 이라크 정부의 잘못된 국정 운영 등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인터넷 소셜미디어(SNS)의 발달로 이들의 거짓된 지하드(성전·聖戰) 같은 선전선동이 쉽게 세계 젊은이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IS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인 김모군과 관련해선 "한국 국정원도 앞으로 쉬지 말고 테러단체의 온라인 활동을 모니터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한국 정부는 북한 비핵화를 위해서라도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키워야만 한다"면서 "외교력이 커져야 북한을 더욱 고립시키고 다자회담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파이살 왕자는 한국과의 인연도 얘기했다. 그는 서른이던 1975년 사우디 외교사절단으로 한국을 처음 와 박정희 대통령을 만났다고 했다. "당시 한국은 막 성장하려는 국가로, 사우디가 발주한 건설 사업에 뛰어들고 있었어요. 40년 지난 지금 한국은 놀라운 성장을 이루면서 세계의 롤모델이 됐습니다. 한국은 지난 40년처럼 앞으로도 역경을 잘 헤쳐나갈 것으로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