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골프장에 복장 규정이라는 것이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출입이 제한된다는 얘길 듣고 코웃음 친 기억이 있다. '뭐 그리 대단한 운동 한다고, 땀 흘리면 매한가지일 텐데.' 하지만 나이가 드니 옷차림의 격식을 무시하고 편안함만 추구하는 세태를 걱정하는 입장이 됐다. 요즘은 성인 남자가 티셔츠 한 장만 달랑 입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씁쓸하다.

편안함과 격식. 결코 맞닿지 않을 것 같은 두 평행선의 접점을 찾아보려는 노력은 과거에도 있었다. 1900년대 초반 테니스 선수들은 요즘과 정반대 고민을 했다. 셔츠에 스웨터까지 갖춰 입은, 과도한 격식으로 경기에 방해되는 무거운 옷차림으로부터 해방시켜준 놀라운 발명이 나타났다. 프랑스 테니스 선수 르네 라코스테가 피케(pique) 원단으로 티셔츠를 만들고 여기에 칼라를 달았다. 흔히 '폴로 티셔츠'라고 하는 피케 티셔츠의 탄생이다. 격식도 유지하면서 강력한 태양으로부터 뒷목을 보호할 수 있는 디자인의 티셔츠가 등장한 것이다. 도톰하면서 조직이 성긴 피케 원단은 땀 흡수라는 면에서도 효율적이고 내구성도 강해 선수들에게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피케 티셔츠는 '오빠'의 우아함을 돋우기엔 역부족이다. 좀 더 기존 셔츠에 가까운 형태를 갖출 순 없었을까? 최근에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피케 원단으로도 셔츠를 만들 수 있게 됐다. 피케 셔츠는 비즈니스 캐주얼에 날개를 달아주는 아이템이다. 재킷 안에 받쳐 입기에 손색 없는 완벽한 셔츠 형태이면서도 구김이 잘 가지 않고 신축성이 좋아 활동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장시간 비행 중에도 우아함을 유지하고 싶다면, 천편일률 골프 복장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주말 가벼운 외출에 여전히 신사다운 느낌을 유지하고 싶다면 피케 셔츠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