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1심에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최근 2심 준비에 매달리고 있다. 이 판결이 대법원에서까지 그대로 확정되면 조 교육감은 교육감직을 잃을 뿐 아니라 더 큰 숙제 하나를 안게 된다. 정부로부터 받은 선거 비용 보전금 33억8800만원을 반환해야 하는 문제다. 그래서 “교육감직을 잃는 것보다 이게 더 머리 아플 것”이란 말이 교육계 주변에서 나온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되거나 10% 이상 득표하면 선거비용을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보전해준다. 하지만 이후 불법을 저질러 당선무효형(벌금 100만원 이상)에 해당하는 확정 판결을 받으면 국가에서 받은 선거 비용을 반환해야 한다.
조 교육감은 지난해 교육감 선거에서 선거 비용으로35억6926만원을 썼고, 이 가운데 33억8844만원을 국가에서 사후 보전 받았다. 확정 판결이 나면 보전 받은 돈을 고스란히 지자체에 반환해야하는 위기에 놓인 것이다.
공직선거법은 검찰 기소 전에 교육감이 자진 사퇴하면 선거 비용 보전금을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 교육감은 이미 검찰 기소로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확정 판결시 무조건 선거 비용 보전금은 반환해야 한다.
지난 3월 공개된 공직자 재산 변동 내역에 따르면, 조 교육감 신고 재산은 6억2590만원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조 교육감 본인 재산은 850만원짜리 자동차(2006년식 NF 소나타)와 예금 2778만원밖에 없다. 나머지는 배우자 소유 연립주택(7억400만원)과 예금(5689만원) 등이다. 조 교육감이 배우자 재산까지 동원해 선거 보전 비용을 반환한다고 하더라도, 추가로 27억원의 돈을 마련해야 한다.
수십억원에 달하는 선거 비용을 마련해야 하는 문제 때문에 당선무효형을 받은 교육감들 중에서도 내야 할 돈을 제대로 납부한 경우가 거의 없다. 예를 들어, 후보 매수죄로 2012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 확정 판결을 받고 교육감직을 잃은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은 반환 대상 35억3749억원 가운데 현재까지 1292만4000원만 납부했다.
곽 전 교육감은 현재 자기 소유로 된 재산과 수익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관할 세무서가 본인 소유 집 두 채 가운데 한 채를 압류해 처분했는데, 이 집에 걸린 채무가 너무 많아 이를 변제하고 난 뒤 남은 돈이 별로 없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갚은 돈 1292만원의 상당수가 이 집을 처분하고 남은 돈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무서 측은 곽 전 교육감 소유의 나머지 한 채도 압류해 처분할 것으로 알려졌다.
마찬가지로 선거법 위반으로 교육감직을 잃은 공정택 전 서울교육감도 선거 비용 보전금 28억8515만원을 반환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5613만원만 냈다. 올해 81세인 그는 매월 본인이 받는 사학연금의 50%에 해당하는 200만원씩을 선거 비용 보전금으로 반환하고 있다.
선거 비용 반환은 낙선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2010년 교육감 선거때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과 경쟁해 낙선한 이원희 전 사학진흥재단 이사장도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아 선거 비용 보전금 31억3716만원을 반환해야 한다. 이 전 이사장도 공 전 교육감처럼 매월 200만원씩 내고 있으며, 현재까지 8900만원을 냈다.
작년 서울시교육감선거에 출마해 낙선한 문용린 전 서울시교육감도 현재 선거법 위반으로 1심 재판이 진행 중인데, 만약 그가 당선무효형 확정 판결을 받는다면 선거때 보전 받은 32억1701억원을 반납해야 한다. 문 전 교육감은 이미 교육감 재직 시절 “이전 선거(2012년)때 생긴 빚으로 이자만 다달이 70만원을 내고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측은 "당선무효형을 받아 선거 비용 보전금을 반납해야 하는 경우 아예 본인 재산이 없어 징수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매월 가능한 만큼씩 꼬박 꼬박 내고 있는 사람도 있다"며 "공 전 교육감과 이원희 후보가 그런 경우"라고 말했다.
선거 비용 반환은 중앙선관위가 당선무효형이 확정된 사람에게 고지하면 30일 이내에 선관위로 납부해야 하고, 그 기한이 넘으면 선관위가 주소지 관할 세무서에 징수를 위탁한다. 중앙선관위측은 “선거 비용을 다 반환하지 않은 경우 세무서에서 즉시 본인 재산에 대해 압류가 들어가기 때문에 차량 등 자기 재산을 소유할 수 없고, 금융 거래도 자유롭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사례들 때문에 교육계에서는 “교육감 선거 나가면 패가 망신한다”는 말이 나온다. 서울 지역 한 고교 교장은 “선생님 출신으로 낙선한 후보가 당선무효형 받더니 수십억 선거 비용 반환 때문에 월급도 다 차압 당하고 가족들한테 짐이 되는 걸 보니 진짜 안타깝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