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외교원과 서울대 일본연구소가 공동 주최하고 조선일보가 후원한 '법적 측면에서 본 한·일 관계 50년: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학술회의가 2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한·일 간 국교 정상화 50년을 맞아 개선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양국 관계를 역사적으로 분석하고 해법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전문가들은 1965년 한·일 협정의 문제점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신각수 국립외교원 국제법센터 소장은 "한·일 협정 체결 당시 불분명하게 타협한 과거사 부분이 계속 문제로 터져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연구소장은 "1910년 한국병합조약(일제병탄조약)에 대해 한국은 '원천 무효'라고 했고 일본은 '당시엔 합법'이라고 맞선 상황에서 국교 정상화가 이뤄졌다"고 했다.

23일 열린‘법적 측면에서 본 한·일 관계 50년’토론회에서 국내 일본 전문가들이 외무차관·일본 대사를 지낸 신각수(가운데) 국립외교원 국제법센터 소장의 사회로 발표·토론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체결된 한·일 협정에 대해 '미완의 봉합'(박철희 서울대 교수)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박배근 부산대 교수는 "일본은 침략 피해를 입힌 국가들에 배상, 경제협력, 차관 등 제각각 방식을 적용해 경제적 부담을 피한 반면 독일은 나치 피해자에게 총 660억640만유로를 보상했다"며 "중요한 것은 금액 차이가 아니라 '과거와의 단절'을 실행에 옮긴 독일과 '과거의 영예와 이익'을 유지하려는 일본의 인식 차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일 협정의 긍정적 측면도 간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 주도 동아시아 국제 질서에 본격 참여해 수출 주도형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이근관 서울대 교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진행형인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 정부가 적극적 태도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이석우 인하대 교수는 2012년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위안부 및 강제 징용 피해에 대해 '1965년 한·일 청구권 체결과 무관하게 피해 보상해야 할 사안'이라고 판결한 것에 대해 "피해자들이 제대로 된 사과와 배상을 받지 못한 채 방치돼 세상을 떠나는 상황에서 사법부가 의미 있는 판결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이근관 교수는 한·일 협정 뒤에도 고노 담화(1993년), 무라야마 담화(1995년) 등이 나온 점을 들면서 "한·일 협정은 고착된 것이 아니라 진화해 온 만큼 대등해진 두 나라 관계에 입각해 보완·개선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