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 경향신문의 인터뷰 녹음 파일을 종합편성채널 jtbc에 무단으로 넘긴 IT 전문가 김모 소장은 작년 세월호 참사 당시 이 방송사의 소위 특종 영상을 제공한 취재원과 동일 인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 소장은 디지털 포렌식(digital forensic·휴대폰·PC·서버 등에서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디지털 수사) 전문가를 자처하면서 작년 세월호 참사 당시 물에 빠졌던 희생자 학생들의 휴대폰과 세월호 선실에 있던 노트북 데이터를 복구하는 작업에 참여했다. jtbc는 김씨의 도움을 받아 복구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동영상 등 관련 보도를 잇달아 내보냈다. 국정원의 세월호 실소유주설(說)이 제기된 것도 이때 김씨가 복원한 데이터가 바탕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소장은 그 당시 자신의 SNS에 jtbc에 도움을 준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지금은 이 같은 내용의 글을 모두 삭제한 상태다.

김 소장은 이번에도 성 전 회장의 인터뷰가 경향신문을 통해 공개되자 자신의 트위터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녹취록이 증거 능력을 가지려면 조작이나 훼손이 없어야 한다”며 “(내게 연락을 주면) 원본을 디지털 포렌식 작업한 후 제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먼저 제안했다. 이에 경향신문은 녹음 파일을 김 소장에게 맡겼고, 김 소장은 세월호 때 인연을 맺은 jtbc에 녹음 파일을 몰래 건네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소장은 “세월호 때 알았던 jtbc 기자가 연락해와 녹음 파일을 가지고 있는지 먼저 물었다”고 밝혔다.

이번 유출 사건이 알려진 후 비난 여론이 일자 김 소장은 사과문까지 남겼지만, 그 내용이 오히려 부정적 여론을 부채질하고 있는 모양새다. jtbc의 녹음 파일 방송 후인 지난 17일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성완종 회장님 음성 파일을 유출시킨 데 대해 사과드립니다”라고 시작하는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사과문을 보면 인터뷰를 한 경향신문 기자의 음성 파일 보안 작업을 자신이 확실히 해두었으며, 그 때문에 앞으로 있을 조작 논란도 대응 가능하다는 등 자신에 대한 변명이 더 많다. 22일 현재까지 SNS와 사과문에 달린 댓글 등을 보면 “이것도 사과문이냐” “그는 도둑질을 했고, jtbc는 장물을 보도했다” “보안 전문가라는 사람이 스스로 보안을 무시했으니 관련 업계에서 손을 떼는 게 맞다”는 등 비판 여론 일색이다. 성 전 회장의 유족과 경향신문도 김 소장과 jtbc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 소장의 행동이 비난의 대상이 되면서 그의 과거 행적도 구설에 오르고 있다. 김 소장은 세월호 사건 당시 물속에서 건진 노트북에서 발견된 국가정보원 문건을 근거로 이른바 ‘국정원이 세월호의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지난 대선 당시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 이석기 내란 음모 사건 등도 모두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자료가 조작·은폐됐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