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불태우는 시위자

18일 세월호 관련 집회 때 태극기를 불태웠다고 주장하는 20대 초반의 남성이 한 매체와 한 인터뷰가 공개됐다.

21일 인터넷 매체 슬로우뉴스는 이 남성과 진행한 인터뷰를 공개했다. 전날인 20일 오후부터 트위터에는 이 남성이 슬로우뉴스와 인터뷰를 했으며, 20일 오후 또는 21일 오전 공개된다는 내용이 퍼져 나갔다.

슬로우뉴스는 “빠른 것은 좋다. 느린 것은 더 좋다”는 모토로 만들어진 매체로 최근에는 세월호 관련 기획 기사들을 게재하기도 했다.

자신을 20대 초반이라고 밝인 이 남성은 태극기를 불태운 이유에 대해 “집회에 참석했다가 상황이 너무 답답했고, 공권력에 대한 울분을 참지 못해서 태웠다”고 밝혔다고 슬로우뉴스는 전했다.

이 남성은 “국가나 국기를 모욕할 거창한 의도는 전혀 없었다. 순국선열들이 죽음으로 지킨 가치, 상징이라는 것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면서도 “공권력을 남용하는 일부 권력자들은 순국선열이 피로써 지킨 태극기를 가질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고, 그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태극기를 태운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했다. 또 “나는 태극기로 상징되는 국가를 모욕하려는 취지가 아니라 부당한 공권력에 대한 항의로써 울분으로써 우연히 현장에서 발견한 태극기가 그려진 종이를 태운 것이다”라고 거듭 자신의 행위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이어 "단독으로 울분을 참지 못해 우발적으로 한 행동으로 인해 세월호 유가족들과 집회 참가자들이 비판을 받는 것이 안타깝다"며 "세월호 유가족들에게는 본의 아니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밝혔다. 그는 태극기를 불태운 것을 사과했다기보다는 그로 인해 다른 집회 참가자들이 비판을 받게 된 점을 사과한 것이다.

이 남성은 불을 붙이려고 할 때 라이터가 잘 켜지지 않자 기자로 보이는 한 남자가 "그렇게 붙이면 안 붙죠. 라이터를 뒤로 누르고 있어야 붙죠"라고 말하며 라이터를 켜도록 도와줬다고 말했다.

그는 “태극기에 불이 붙자 10여명의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면서 “다른 집회 참가자가 태극기에 물을 부어 불을 껐다”고 덧붙였다.

이 남성은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불안하다”고 밝히면서도 경찰 출석 여부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다. 그는 “태극기 깃발 아래 경찰이라는 이름으로 공권력을 함부로 남용하는 모습은 실망스럽고, 적어도 세월호 집회에 한정해서 말하면, 경찰은 태극기와 함께 할 자격이 없다.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