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의 경제제재로 유럽시장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러시아가 수출시장 다변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파키스탄 영문일간지 파키스탄투데이는 18일(현지시각) 러시아가 파키스탄 남부 항구도시 카라치에서 라호르에 이르는 1100km 길이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송관을 건설하는데 20억달러(약 2조16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샤히드 카콴 아바시 파키스탄 석유장관은 관련 인터뷰에서 “두 나라의 대표가 최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회동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확정했다”면서 다음달 양국 정부간 최종 서명 절차만 남겨놓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송관 건설에 더해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파키스탄에 공급하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는 내년부터 시작될 예정이며, 투자의 조건으로 러시아 기업들이 수송관 공사에 대거 참여하기로 했다고 아바시 장관은 덧붙였다.
러시아는 세계 2위의 천연가스 생산국이지만 지난해 우크라이나사태의 여파로 최대 수출시장인 유럽 수출길이 막히면서 판매시장 다각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파키스탄은 과거 소련시절부터 러시아의 중요한 경제협력 파트너였다. 소련은 파키스탄 남부 카라치에 제철소 건설에 자금을 대기도 했고, 국영 석유회사에 시추 장비를 공급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의 경제제재로 고립 위기에 몰리면서 중국과 구소련 국가들을 포함한 비서구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와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이날 모스크바에서 양국 간 정례회담을 통해 에너지와 무역∙금융 등 다양한 경제 분야에서 협력 강화를 골자로 하는 40개의 문건에 서명한 바 있다.
여기에는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중국으로 연결하기 위한 수송 시설 공동 설립이 포함됐다. 이보다 앞서 양국은 올해 5월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30년간 중국에 공급하기로 하는 4000억달러(약 433조원) 규모의 계약에 합의한 바 있다.
러시아는 이 밖에도 구소련 국가는 물론 이란을 비롯한 카스피해 연안 국가들과 외교적인 결속을 다져가고 있어 ‘냉전시대가 다시 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러시아는 유럽연합(EU)에 맞서 옛 소련권 경제공동체를 구축한다는 구상으로 지난 1월1일 유라시아경제연합(EEU)을 공식 출범했다. 그동안 관세동맹을 운영해온 러시아와 벨라루스, 카자흐스탄이 창설 멤버로 참여했다. 이로써 인구 1억7천만명, 국내총생산(GDP) 4조5천억달러(약 5천조원) 규모의 거대 단일 시장이 형성됐다.
지난해 10월 가입 협정에 서명한 아르메니아가 같은달 2일부터 합류한데 이어, 지난해 12월에 협정을 체결한 키르기스스탄도 오는 5월에 회원국이 될 예정이다. 러시아는 베트남과도 EEU관련 협정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