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휩싸이면서 박상옥〈사진〉 대법관 후보자 인준안이 장기 표류하고 있다. 국회는 지난 7일 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했으나 야당 거부로 청문 경과 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했다. 곧이어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10일)되면서 관심에서도 멀어졌다. 지난 2월 17일 신영철 전 대법관 퇴임 이후 20일까지 '대법관 공백' 사태는 63일째다. 정의화 의장은 20일 처음으로 '직권 상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야당은 지난 7일 청문회 이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은폐·축소 의혹을 더 따져봐야 한다"며 청문회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그러면서 박종철 사건 1~3차 수사 기록을 국회에 제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수사 기록을 공개한 전례가 없다"며 검찰에 가서 수사 기록을 열람하는 것까지만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 측은 인사청문회 전날인 지난 6일에도 박종철 사건 1~3차 수사 기록 요지와 설명 자료는 국회에 제공했지만, 6000여쪽에 달하는 수사 기록은 청문위원이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을 직접 방문해야만 열람할 수 있게 했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야당 의원들이 그렇게 수사 기록을 공개해달라고 하면서도 직접 열람하러 간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열람을 할 경우 기록을 옮겨 적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도 달라고 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소속 이종걸 청문특위 위원장도 본지 통화에서 "야당은 하루 종일 열람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여당에서는 '선례가 없다'며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결국 야당은 일부 시민단체와 운동권 세력의 눈치 보기를 하면서 선례가 없는 요구를 하고 있고, 여당 역시 인준안 직권 상정을 염두에 두고 굳이 야당과 적극적으로 협상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청문회가 끝나고 3일 내에 경과 보고서가 국회의장에게 제출되지 못하면 의장은 직권으로 임명동의안을 본회의에 올릴 수 있다.
그동안 여야 협상을 지켜보던 정의화 의장은 20일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오는 23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동의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여야가 합의해 달라"고 했다. 우 원내대표는 "정 의장에게 23일 처리는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여야에선 "정 의장이 직권 상정 수순에 들어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정 의장은 그동안 직권 상정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아 왔다. 이에 대해 야당 측에선 "인사청문법에는 '청문회가 끝나고 3일'이라고 돼 있는데, 지난번 인사청문회는 종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끝났다"며 "만약 의장이 직권 상정을 한다면 이는 법 절차 위반"이라고 하고 있다.
지난 7일 박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자정을 넘기면서 청문 경과 보고서를 채택할지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자동 산회했었다. 이를 두고 야당은 이렇게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