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자살한 성완종(64) 전 회장은 직전 24시간 동안 각계 인사를 만나고 기자회견을 하며 평소 만남이 뜸했던 큰아들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이런 동선(動線)은 자살과 폭로를 미리 암시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성 전 회장은 지난 8일 낮 12시 리베라 호텔에서 오병주 변호사와 점 심을 먹었다. 다음 날 예정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준비하는 자리였다. 오 변호사는 "성 전 회장은 '구속은 각오한다. 하지만 진실은 꼭 밝힐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후 성 전 회장은 명동 은행회관으로 자리를 옮겨 오후 2시부터 30분 동안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난 MB맨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을 위해 누구보다도 열심히 뛰었다"고 했다. 왜 이런 말을 했는지 당시엔 그 이유를 몰랐으나 그가 숨지자 기자회견이 폭로에 대한 암시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평소 자신을 따른 것으로 알려진 이용희 태안군의회 부의장과 김진권 태안군 의원을 만났다. 이 의장은 "성 전 회장이 '이완구가, 이완구가'하며 괴로워했고, '당(새누리당)은 도와주려는데 청와대가 막고 있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곤 오후 8시 30분쯤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만났다. 김 전 대표는 "냉면을 먹는데 무척 억울해 했다"고 했다. 죽기 하루 전날 야당 전 대표를 만났다는 점에서 검찰·법원에 대한 구명 로비 보다는 오히려 폭로와 관련 있는 만남이 아니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전 대표와의 자리를 30분 만에 서둘러 끝낸 그는 9시 30분쯤 시내 한 호텔 커피숍에서 목격됐다. 최측근인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와 이용기 비서실장을 만났고, 같은 커피숍에서 또 다른 지인 2명과 접촉했다.

성 전 회장은 이 자리를 끝내고 강남구 청담동 자택으로 이동했다. 가는 도중 장남 승훈(34)씨와 오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집으로 모이게 했다. 밤 11시 30분쯤 집에서 아들·변호사와 1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눴고, 오 변호사는 먼저 자리를 떴다고 한다. 결국 성 전 회장의 마지막 모습을 목격한 사람은 큰아들이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성 전 회장이 '폭로'에 대비할 별도의 자료를 아들에게 맡겼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승훈씨는 부인하고 있다.

TV조선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