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와 인터넷, 로봇, 무인 자동차는 미국 산업을 주도해왔거나 앞으로 이끌어갈 성장 동력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원천 기술이 모두 미 국방부에서 탄생했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1950~1960년대 집적회로(IC)에 대한 집중 투자로 실리콘밸리를 탄생시킨 인큐베이터 역할을 했다. 인터넷의 효시도 1969년 국방부의 주도로 캘리포니아대와 스탠퍼드대 등 4개 대학 서버를 연결한 아르파네트(ARPANET)였다. 아르파네트란 이름은 국방부 산하 연구·개발 조직인 다르파(DARPA)의 전신인 아르파(ARPA·첨단연구계획국)의 컴퓨터를 하나의 망(네트워크)으로 연결했다는 뜻이다. 당시 미 국방부는 소련의 미 본토 공격으로 통신망이 파괴될 것에 대비해 컴퓨터 통신을 구축하는 '발상의 전환'에 나섰고 이것이 인터넷으로 발전한 것이다. 내비게이션 시스템의 핵심인 GPS(위치추적시스템)도 미국이 애초 군사용으로 개발했다.
구글과 애플 같은 실리콘밸리 업체들이 차세대 먹거리로 키우는 무인차 기술도 국방부 덕에 급속 발전했다. 미 국방부는 무인차 기술 개발을 통해 지상군 전력의 3분의 1을 자동화할 계획을 세우고, 산학 협동을 통해 무인차 기술 개발을 지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미국 경제의 회복을 이끈 공신으로 평가되는 셰일가스 혁명은 미 에너지부에서 비롯됐다. 에너지부는 중동발(發) 오일쇼크가 터진 1970년대 10여개 에너지 기업 및 대학과 공동 연구팀을 만들어 지하 1㎞ 이하 퇴적암층(셰일)에 매장된 원유와 가스 채굴 기술 개발에 나섰다. 그 결과 1977년 지층을 도면화하는 기술과 대량의 물을 분사해 원유와 가스를 추출하는 '수압(水壓)파쇄법'을 개발했다. 이 수압파쇄법은 20년 정도 사장(死藏)됐다가 2000년대 들어 국제 유가 급등으로 다시 빛을 봐 상용 기술화로 이어졌다.
텍사스주립대 댈러스캠퍼스 김문제 교수(재료공학)는 "미국 정부의 R&D(연구·개발)는 비용을 따지지 않고 성능을 우선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 때문에 민간에서 개발하기 힘든 어마어마한 혁신적인 기술이 자주 탄생한다"면서 "정부가 특허권을 고집하지 않고 민간이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허용하기 때문에 항상 미국에서 새로운 산업이 출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