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도 면접에 앞서 자체적인 인적성 시험을 보도록 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직률을 낮추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큰 반면, 취업난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16일(현지시각)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채용과정에도 확산되면서, 채용에 앞서 인적성 검사를 실시하는 기업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01년만 해도 미국 대기업 중에서 면접에 앞서 채용시험을 보도록 하는 곳은 전체의 26%에 불과했다. 하지만 불과 12년 사이에 비율은 57%로 급증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스티븐 데이비스 시카고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관련 인터뷰에서 “채용에 앞서 지원자들을 걸러내는 과정을 강화하는 데 따르는 이득은 늘어난 반면, 시험을 실시하는데 드는 비용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분석했다.
미국의 인적성검사는 1940~1950년대 AT&T를 비롯한 일부 기업의 사내 연구팀에의해 도입됐다. 당시에는 관리자 후보의 성격을 평가하는데 주로 사용됐지만, 1960년대들어 학계와 언론매체에서 신뢰도에 대한 의문 제기가 이어지면서 인기가 시들해졌다.
그러다가 1990년대 들어 산업심리학자들 사이에서 다시금 인적성 검사의 중요성에 대한 논의가 불거졌고, 2000년대 들어 온라인 채용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관련 시험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급격히 늘었다.
온라인 지원으로 지원 절차가 간소해지면서 기업마다 지원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데다 소프트웨어 기반의 테스트모듈이 저렴한 가격에 보급되면서 작은 기업들도 관련 시험을 도입할 수 있게 된 것도 채용시험 확산에 크게 기여했다.
평가 항목도 늘었다. 60년대에는 기본적인 성격유형 테스트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지만, 최근에는 단 한 번의 시험으로 성격과 커뮤니케이션 스킬은 물론 특정 기업의 고유 문화와의 궁합까지도 예측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상황 변화로 기업들은 과거보다 채용에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오래도록 회사에 남아 기여할 수 있는 인재를 찾고자 하는 경향은 시간이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데이비스 교수의 연구 결과를 보면, 미국 기업이 한 명의 인력을 충원하는데 들이는 기간은 평균 23일을 넘긴 적이 없었다. 하지만 2월에는 26.8일로 사상 최고로 기록했다.
채용 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관련 기업의 이직률은 낮아지는 추세다. 오리건주와 애리조나주에 각각 콜센터를 두고 있는 휴대폰 서비스업체 컨슈머셀러의 이직률은 채용 절차를 강화한 이후 이직률이 빠른 속도로 줄어 현재는 업계 평균의 절반 정도인 8%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긍정적인 변화에도 구직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몇년전 시티은행의 담보대출 관련 포지션에서 해고된 후 공백기를 거쳐 다른 기업의 기술직으로 자리를 옮긴 올해 46세의 패트릭 코르벳은 “기업들이 취업을 위해 통과해야 하는 장애물 수를 점점 늘리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예전에 비해 정교해졌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사람이 만든 테스트인 만큼 결과를 과신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많다.
채용 컨설팅 전문기업 로켓-하이어의 찰스 핸들러 대표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인간의 행동을 예측한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라고 전제한 뒤 “시험을 통해 선발하는 것이 동전뒤집기 보다는 낫겠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험 과정에서 긍정적인 부분을 어필하기 위해 본인의 진짜 성격과 다른 모습을 ‘연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기 때문에 시험 결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