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29일 민주당 대표를 지낸 한화갑 전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울 동교동 자택을 방문했다. 김 전 대통령은 "갑이, 자네는 이번 복권(復權)에서 제외됐네. 미안하네"라고 말했다. 당시는 특별사면설(說)이 크게 보도되던 때였고 한 전 의원은 김 전 대통령에게 자신의 복권을 노무현 정부에 요청해 달라고 부탁해 놓은 터였다.

동교동 사저를 나온 한 전 의원은 평소 친분이 있던 강금원 전 창신섬유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에 (나는) 복권이 안 된 것 같다. 김 전 대통령도 그리 말씀하시고 신문에도 안 된다고 보도가 됐다"고 말했다. 강 전 회장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 경제인이자 후견인으로 잘 알려져 있었다. 다음 날 강 전 회장은 한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왔다. "사면·복권을 전직 대통령이나 신문이 합니까. 현직 대통령이 하는 겁니다."

그다음 날인 12월 31일 법무부가 특별사면·복권 대상자 명단을 발표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았던 한 전 의원은 당시 임동원·신건 전 국정원장 등 김대중 전 대통령 측 인사들과 함께 2008년 1월 1일자로 사면 복권됐다. 한 전 의원은 15일 본지 통화에서 "당시 내가 복권된 것은 동교동계 몫이 아니라 강 전 회장이 시켜준 것"이라며 당시 상황을 상세히 기억해냈다.

바로 그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도 특별사면됐다. 하지만 성 전 회장은 형이 확정된 지 불과 한 달 만에 같은 대통령이 두 차례나 특별사면을 해주고 이 중 2차 때는 발표 명단에서도 빼주는 '특혜(特惠) 중 특혜'를 베풀었다.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은 당시 경남기업에서 빠져나간 뭉칫돈이 사면 로비설과 관련이 있는지 내사에 착수했다.

성 전 회장은 행담도 개발 사업 비리에 연루돼 2007년 11월 23일 서울고법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성 전 회장과 함께 재판을 받은 3명 중 2명은 대법원에 상고했고, 무죄를 받은 1명에 대해서는 검찰이 상고장을 냈다. 하지만 성 전 회장은 상고를 포기했고, 검찰도 그달 30일까지 상고하지 않으면서 성 전 회장의 형은 2심에서 확정됐다. 사면은 형이 확정된 사람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이 대목에서 성 전 회장이 미리 청와대 또는 당시 여권 실세들에게 특별사면을 약속받고서 상고를 포기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나온다. 특히 검찰이 상고하지 않은 부분에서 "어느 한 쪽이라도 상고하면 형이 확정될 수 없기 때문에 검찰 상층부가 검찰 측 상고 포기와 관련해 청와대에서 모종의 '지시'를 받았거나 성 전 회장 측의 로비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당시 법무부 고위 간부는 "법무부에도 성 전 회장 사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었다. 어떤 경위로 사면 대상에 포함됐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검찰 고위직 출신의 원로 법조인은 "특별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법무부는 결격 사유 유무만 판단해 청와대에 검토 결과를 보내는 역할을 한다"며 "당시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누구였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2007년 말 사면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민정수석은 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었다. 당시 청와대 비서관 출신 인사는 "그때 잘나가던 실세 386 비서관들이 사면을 주도했는데, 다른 비서관들이 미리 알지 못하게 철저히 보안을 지키는 모습이었다"고 회고했다.

TV조선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