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2011년 6월 한나라당 대표 경선 때 홍준표(61) 경남도지사 공보 특보였던 윤승모(52)씨에게 1억원을 전달한 혐의가 특별수사팀에 포착되면서 '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탄력을 받고 있다.
성 전 회장은 숨지기 직전 경향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홍 지사에게 1억원을 전달하는 과정을 비교적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내가 홍준표를 잘 알아요. 2011년일 겁니다. 5~6월쯤 되는데 한나라당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 친구한테도 1억원을 캠프에 가 있는 윤승모를 통해서 전달해줬고…"라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이 작성한 메모 중에 금품 전달 명목이나 시기·전달 방법이 구체적으로 적힌 인사는 5명인데 중간에 '전달자'가 있는 경우는 홍 지사가 유일하다. 죽은 성 전 회장 대신 증언해줄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성 전 회장의 '폭로'는 검찰이 경남기업 등 회사 자금 계좌 추적과 임직원 조사를 통해 밝혀낸 부분과 일치한다.
검찰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은 2011년 6월 한나라당 대표 경선 당시 경남기업 한모 부사장에게 "1억원을 마련해 윤승모를 통해 홍준표 의원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했고, 한 부사장이 비자금 계좌에서 현금 1억원을 인출해 윤씨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한 부사장은 현금 인출 내역을 USB에 담아 검찰에 넘기기도 했다. 다만 윤씨가 실제로 홍 지사에게 1억원을 전달했는지 밝히는 것은 검찰의 남은 과제다.
윤씨는 언론과의 통화에서 "홍 지사 스스로 잘 알고 있을 텐데…. 검찰이 조사하면 제대로 밝혀질 것"이라며 사실상 1억원 전달을 했다는 뉘앙스로 말했다.
이에 홍 지사는 "(성 전 회장이) 악의나 허위로 (메모에) 썼다고 보지 않는다"면서도 "나한테 준 것은 아니니까 아니라고 하는 거고, 측근을 빙자해 접근할 수는 있다"며 1억원 수수 사실을 부인했다. 결국 홍 지사 처벌 여부는 윤씨의 진술에 달린 셈이다.
윤씨가 홍 지사에게 1억원을 전달했거나 경선 자금으로 사용한 뒤 홍 지사에게 사후에라도 구체적 내용을 보고했다면 홍 지사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크다. 돈 거래가 있었던 시점도 2011년이어서 공소시효(7년)도 남아 있다.
검찰 관계자는 "통상 후보자 보호를 위해 자금 모금이나 집행 내역을 후보자에게 보고하지 않거나 선거가 끝난 뒤 '누구누구가 많이 도와줬다'는 식으로 애매하게 보고할 경우 후보자 처벌이 어렵다"면서 "홍 지사 처벌 여부는 윤씨의 입에 달려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