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던 스피스(21·미국·오른쪽)가 13일(한국 시각)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마스터스 대회(총상금 900만 달러)에서 우승한 뒤 시상식에서 전 대회 챔프 부바 왓슨의 도움을 받아 그린 재킷을 입고 있다.

스물 한살 조던 스피스가 당대의 고수들도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곤 하는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에서 굳건히 버틸 수 있었던 정신적 힘은 자폐증을 앓고 있는 일곱살 아래 여동생 엘리에 대한 사랑이었다.

미국 골프의 영건 스피스는 13일(한국시각) 전세계 골프 팬이 주목하는 시즌 첫 남자골프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에서 합계 18언더파 270타로 1997년 타이거 우즈가 세웠던 최저타 기록과 동타를 차지하며 우승했다. 36홀 최저타 기록, 54홀 최저타 기록, 최다 버디 기록 등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며 세계 골프의 새로운 영웅이 된 스피스는 인터뷰에서 “‘오빠가 드디어 우승했다’고 엘리에게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오빠가 우승한 뒤 아버지, 어머니와 뜨겁게 포옹하는 모습을 보고 엘리가 시샘했을지도 모른다”며 웃기도 했다.

스피스는 만 21세8개월로 1997년 우즈(당시 21세3개월)에 이어 마스터스 역대 두번째 최연소 우승자가 됐다. 그는 지난 주 세계랭킹 4위에서 2위로 뛰어오르며 1위인 로리 매킬로이(26·북아일랜드)와 새로운 골프황제 자리를 놓고 치열한 라이벌전을 예고했다.

스피스는 텍사스주 댈러스 인근에 사는 중산층 출신이다. 아버지는 대학때 야구 선수, 어머니는 농구선수였던 스포츠 집안에서 자랐다. 그의 남동생도 브라운대에서 농구선수로 뛰고 있다. 막내 여동생 엘리는 자폐증으로 정신연령이 5세에 머물러 있다. 맏아들인 스피스는 어렸을 때 부터 엘리를 살뜰히 보살핀 자상한 오빠였다.

그는 “어려서부터 엘리는 나에게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며 “내가 이렇게 골프 선수로 생활하고 있는 게 얼마나 특별한 일인지 엘리가 늘 일깨워준다”고 했다.

스피스는 골프 대회가 열리는 도시에 갈 때마다 잊지 않고 꼭 챙기는 선물이 있다. 열쇠고리를 좋아하는 동생 엘리를 위한 선물이다.

어린 시절부터 전미(全美) 주니어 랭킹 1위와 세계 아마추어 랭킹 1위를 석권한 ‘골프 신동’이었지만 스피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동생과 가족이었다. 그는 “나에게 프로골퍼로서의 삶은 2차적인 문제이며 엘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우리 가족이 나에겐 가장 현실적이고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고등학교 3학년때는 여동생이 다니는 댈러스의 특수학교에 수요일마다 자원봉사를 하기도 했다. 조던 스피스는 프로 전향후 1년도 지나지 않은 2013년 존디어 클래식에서 10대 선수로는 82년 만에 PGA 투어 우승 기록을 세웠다. 2013년 세계연합팀과 미국팀의 골프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에 미국 대표로 출전해 얻은 자선기금으로 조던 스피스 재단을 설립했다. 자폐증을 비롯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린이들에 도움을 주고 사회 공헌활동을 하는 재단이다. 스피스는 지적발달장애인들의 올림픽 축제인 스페셜 올림픽에도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자폐증 아들을 위해 자선단체를 운영하는 남아공의 골퍼 어니 엘스와 여러차례 만나 여러 조언을 듣기도 했다.

스피스는 지난해 마스터스 데뷔전에서 3라운드까지 공동 선두였지만 마지막 날 버바 왓슨과 경쟁을 벌여 3타차 공동 2위에 머물렀다. 스피스는 마지막 라운드를 앞두고 “긴 하루가 되겠지만 인내심을 갖고 나서야 한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여러차례 위기도 있었지만 결국 공동 2위인 필 미켈슨과 저스틴 로즈를 4타차로 누르고 우승했다.

스피스는 이날 우승 인터뷰에서 가슴에서 우러 나오는 기쁨을 이렇게 표현했다. “지난 주 대회때 엘리가 매일 같이 ‘오빠 우승했느냐’고 물었어요. 엘리는 분명히 오늘  오빠가 아빠 엄마와 행복해하는 모습을 지켜봤을 거예요. 이제 동생에게 ‘오빠가 우승했다’고 말할 수 있게 됐네요.”

스피스는 어린 나이 답지 않게 수수한 옷차림에 겸손한 태도, 상대방에 대한 배려, 샷이 좋지 않을 때도 욕설을 입에 담지 않는 매너로 골프의 정신을 새롭게 일깨웠다는 찬사까지 받았다.

엘리를 살뜰히 챙기는 그의 마음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