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사진〉 전 미국 국무장관이 12일(한국시각 13일 새벽)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출정식 같은 거창한 이벤트 대신 자신의 포부를 담은 동영상을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에 올리는 방식을 택했다. 민주당 내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고, 여야 후보군 가운데 지지율 1위를 달리는 힐러리의 출마로, 2016년 미국 대선은 사실상 날이 밝았다.

그는 출마 선언과 함께 경선 초반 판세를 좌우할 아이오와주(州)와 뉴햄프셔주 등 전략 지역을 순회하며 본격적인 '대화 유세'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세 현장에서 유권자들과 다양한 이벤트를 펼치면서 대중성을 확실히 활용해 초반 대세 굳히기에 들어갈 예정이다. 대대적인 대선 자금 모으기 행사를 벌여 다른 후보를 압도한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미국 언론은 일제히 보도했다.

힐러리는 8년 전인 2007년 1월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대세론을 주장했으나, '검은 돌풍'의 주역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민주당 경선에서 패한 아픈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번 경선은 상당히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퓨리서치가 11일 공개한 민주당 지지자들의 힐러리 선호도는 무려 87%나 됐다. 힐러리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가 59%, '어느 정도 있다'가 28%나 됐다. 오바마 대통령도 11일 "훌륭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덕담하기도 했다.

힐러리는 이번 대선에서 중산층을 위한 경제 부흥과 노동 계층에 대한 기회 확대를 전면에 내세울 계획이다. 상원의원과 국무장관을 지낸 경력을 '강력한 투사' 이미지로 승화시켜 '해낼 수 있다'는 인식을 유권자에게 심어줄 생각이라고 힐러리를 돕는 선임고문들이 밝혔다. 2012년 오바마 재선 당시, 중산층 정당 대 부자 정당 구도를 만들었던 것과 비슷한 프레임이라고 AP통신은 보도했다. 힐러리는 의회, 기업, 세계 지도자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도 강조할 계획이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돕는 민간 정치자금 모금 단체‘레디포힐러리’회원들이 11일 뉴욕에서 개최한 행사에서 캐럴린 말로니(가운데) 민주당 뉴욕주 하원의원이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공화당은 테드 크루즈(텍사스주)·랜드 폴(켄터키) 연방상원 의원이 이미 대선 출마를 공식선언했고,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연방상원 의원 등도 곧 대권 도전을 공식화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