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발견된 메모에 이름이 적힌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친박(親朴) 핵심 인사들이었다. 이를 놓고 정치권에선 “이 메모는 성 전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구명(救命) 로비 대상인 친박 핵심들만 적어놓은 것 같다. 이것 말고 여야가 모두 포함된 또다른 리스트가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국회의원 출신인 성 전 회장은 정치권에서 ‘마당발’로 통할 만큼 인맥이 넓다.
성 전 회장도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박근혜 대통령만 도왔다고 말한 게 아니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난 MB(이명박 전 대통령)맨이 아니다. MB정부의 피해자”라면서도 “저는 (2007년) 대선 (본선)에서 이명박 후보 당선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고, 그 결과 이명박 정부가 출범했다”고 말했다. 비록 ‘이명박 캠프’ 출신 인사들 상당 수는 성 전 회장의 주장에 대해 “2007년 대선 때 성 전 회장을 본 적이 없다”는 반응이지만, 외곽에서 친이(親李) 핵심들의 자금 지원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성 전 회장은 2007년 대선 직후 이명박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국가경쟁력강화 특별위원회 자문위원을 잠시 맡기도 했다. 당시 500명 규모의 인수위원회(실무·자문위원 포함)에 들어가기 위해 정치권에서 친이계 핵심들을 상대로 로비가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 전 회장이 이명박 정부 시절 친이계 핵심 인사 내지 정부 고위 관계자 등과 자주 접촉하려 했다는 말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 때 고위 인사들은 “성 전 회장이 여러 차례 만나달라고 요청이 와서 만난 사람들이 있긴 있었다”고 했다.
이와 함께 성 전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2012년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후보를 위해 혼신을 다했다"고 했다. '2012년 대선자금 리스트'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특히 성 전 회장의 충청권 인맥도 주목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00년 충청포럼을 만들고 이 지역 정·관계 인사들 수백명을 참여시켰다. 또 2000년 16대 총선에서 자민련 공천을 받으려다 탈락했고, 2004년 총선 때는 자민련 전국구 2번으로 공천을 받았지만 자민련 득표율이 저조해 배지를 못 달았다. 그는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의 특보단장을 지내는 등 최측근으로 통했다. 이 때문에 '충청권 정치인 리스트'의 가능성도 정치권에선 나온다.
현재의 야권(野圈)도 여권을 공격만 하기는 편치가 않다. 성 전 회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각각 불법 정치자금 제공 혐의와 행담도 개발 비리 혐의로 기소돼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지만, 모두 사면을 받아 특혜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지난 2005년 5월엔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강금원씨 등과 함께 특별사면 명단에 올랐다. 이후 2007년 11월 ‘행담도 개발 비리 사건’에 연루돼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지만, 한 달 뒤 다시 특별사면 대상자가 됐다. 이를 놓고 “성 전 회장의 인맥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새정치연합의 한 중진 의원은 이날 "검찰이 야당도 어떻게든 끼워넣으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은19대 국회에선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 합당 전 선진통일당 원내대표로 활동하면서 여야 의원들과 두루 친분을 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