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를 기반으로 한 박근혜 정부에 직격탄"
"친박 학살 수준...국정 운영에 측근 손 떼라 할 것"
"4.29 재보선 영향은 제한적...새정치에 유리한 구도"
‘자원외교 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다 숨진 채 발견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작성한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가 10일 공개됐다.
리스트엔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을 비롯해 김기춘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유정복 인천시장, 홍준표 경남도지사, 부산시장,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 이완구 국무총리 등 유력 친박계 정치인의 이름이 포함되면서 정치권에 후폭풍이 거세다.
정치전문가들은 메모에 적힌 리스트의 사실 여부를 떠나 이번 사건이 박근혜 정부에 큰 타격을 입혔다고 봤다. 박근혜 정부의 도덕성에 흠집이 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완구 국무총리가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통해 국정 운영 동력을 얻어가던 시점에 이번 사건이 터진 만큼 친박계 인사들의 입지가 다소 좁아질 것으로 봤다. 다만 2주 앞으로 다가온 4.29 재보선에는 제한적인 영향에 그칠 것으로 봤다.
◆ 이완구 총리 리스트에 있는 것, 영향 가장 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이완구 국무총리의 이름이 리스트에 있는 것이 가장 크다”면서 “ 앞으로는 국민에 대한 박 정권 자체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의 측근 실세에 대한 부정부패 혐의나 징후가 나타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라면서 “지금까지 박 정부가 정권 차원에서 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신뢰를 바탕으로 국민에 호소하는 방법을 썼다면 앞으로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윤태곤 의제와전략 정치분석실장은 “성완종 회장이 살아 있다면, 어떻게든 사건을 종결할 수 있지만, 지금은 부정적인 메시지만 남게 됐다”면서 “메모밖에 없는 상황에서, 호텔 CCTV도 찾기 어렵고 대질심문할 수도 없으니 정치적 부담은 오히려 더 증폭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이전 정부 때보다 깨끗하다는 믿음이 있었는데,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면서 “도덕성에 문제가 생기면 현재 추진하는 부정부패와의 전쟁도 탄력을 가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 역시 “의혹만으로도 상당히 도덕성 논란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면서 “사실관계가 나와봐야겠지만 야당이 특권 등 정치적 공세를 강화할 것도 예상 가능한 범위다”라고 덧붙였다.
◆ 4.29 재보선 야야에서 여야 구도로...새정치에 유리
이번 사건이 4.29 재보선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제한적’이란 답변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이번 선거에서 관악은 물론 성남도 양자가 경쟁하는 것이 아닌 다자투표”라면서 “이런 측면에서 이번 사건이 유권자를 부추길 정도의 영향력은 없을 것”이라고 봤다.
신율 교수도 “이번 선거는 지역에서 치러지는 것이기 때문에 전국적인 이슈가 주요하게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야권에게는) 선거에서 공세의 소재가 생겼다”면서 “국정운영에 실망한 유권자들에게 평가 의미로 투표에 참여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어느정도 선거 전선을 만들어내는 것은 야당의 몫이지만, 다자구도였던 선거구도를 여야대결 구도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윤태곤 실장은 “이번 사건이 오히려 천정배, 정동영, 진보진영 등 비새정련계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재보궐 선거구의 지형이 야권의 다자구도에서 정부여당에 불리한 사건이 터지면 여야가 대결 양상으로 구도가 바뀌고 이로 인해 제1야당에 표가 상대적으로 쏠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용철 교수는 “재보선이 2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에 지지를 보냈던, 중도층이나 부동층은 정치적 상황에 따라 움직일 여지가 충분하다”면서도 “다만 고정 지지층은 그 정도 가지고 안 움직일 것”이라고 유보적 입장을 내놨다.
◆ 박 정부, 흔들림 없이 원칙대로 수사해야
이들은 정부 여당에 ‘흔들림 없이 원칙대로 계속 해 나갈 것’을 조언했다. 김형준 교수는 박 정부에 “흔들림 없이 해야 한다”면서 “(어차피) 수사를 중단할 수 없을 것이니, 박근혜 정부 특유의 원칙을 내세워 부패를 척결하겠다고 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김용철 교수는 “청와대 입장에서는 무대응이 대응”이라고 했다. 그는 “대응을 잘못했다가는 더 큰 의혹을 키울 것이기 때문에 특별한 말을 해선 안된다”고도 했다.
여당에 대해선 “여당은 재보선에서 내놓은 공약과 부패는 별개라는 걸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면서 “(사실여부를 떠나) 고위공직자 개인의 문제라고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윤태곤 실장은 “(성회장이 죽은 것은) 워낙 갑작스런 사건이기 때문에 플랜B나 플랜C도 안 가지고 있을 것”이라면서 “세월호라든지 전향적으로 가는 것이 방법이라면 방법이겠지만, 여당이 전선을 넓힐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