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진(45)씨는 프리랜서 사진기자다. 국내뿐 아니라 지구촌 분쟁·재난 지역을 돌며 사진을 찍는다. 그가 촬영한 사진은 뉴욕타임스, 더 인디펜던트, 르몽드 같은 세계적 매체에 실렸다. 여러 국제 사진전에서 큰 상도 받았다.

정씨는 9일 서재필기념회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는 제5회 '서재필 언론문화상'을 받았다. 독립신문을 창간한 서재필 선생을 기려 만든 상이다. 심사위원단은 "참혹한 전쟁의 상처, 그리고 콩고민주공화국·아프가니스탄 등 가난한 나라의 결핵과 높은 산모 사망률을 고발하는 보도사진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알렸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9일 서재필언론문화상을 받은 프리랜서 사진기자 정은진씨. 정씨는 수상 소감에서 “자신을 희생해가며 열정 하나로 약자의 이야기를 사진으로 전달하는 많은 프리랜서 사진기자를 격려해달라”고 했다.

정씨는 서울대 미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우연히 수강한 사진 수업에서 교수로부터 들었던 '소질이 있다'는 칭찬이 그를 사진의 길로 이끌었다. "유학을 떠나 공부를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동양화로는 길이 요원해보였던 차에 사진에 관심을 갖게 한 거죠."

정씨가 제3세계 지역의 분쟁 문제에 관심 갖게 된 건 9·11 테러가 계기였다. 당시 뉴욕대 티시스쿨에서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미주리대 언론대학원에서 포토저널리즘을 공부하던 그는 "대체 이슬람이라는 종교가 무엇이기에 자기 목숨을 버려가며 숱한 무고한 생명을 죽이려고 나서는지, 무엇이 그들을 그토록 화나게 했는지 알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졸업을 앞둔 마지막 봄방학에 친구들이 휴양지나 남미로 여행갈 때 팔레스타인 자치구로 떠났다. 그리고 중동·아프리카 같은 분쟁 지역을 취재하는 프리랜서 사진기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2004년 이란을 시작으로 아프가니스탄·중앙아프리카공화국·시에라리온 등을 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주된 취재원은 여성이다. "그동안 전쟁을 다룬 보도사진은 많아도 여성 인권 문제는 그다지 조명받지 못했어요. 특히 아프리카에서는 반군(叛軍)에게 강간 당하는 등 큰 고통을 받고 있어요. 바깥 세계에 알리고 싶었습니다."

2007년 아프가니스탄 바닥샨 주(州)에서 만난 현지 경찰들과 나란히 선 정씨(가운데).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아프리카의 높은 산모 사망률 문제를 취재하려고 병원과 보건소 등을 다닐 때는 자기 감정조차 추스르기 어려웠다. "시에라리온의 산부인과 병동에서 한 달간 먹고 자며 취재했어요. 아이를 낳다가 죽거나 사산(死産)한 여성들을 보면서 카메라를 내려놓고 침대에 걸터앉아 울었습니다." 그는 "그런데 오히려 간호사나 환자들이 다가와 '네가 울면 우리가 더 힘들어진다'며 토닥여주곤 했다"며 "이후로도 그런 상황과 자주 마주하지만, 카메라를 들이대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고 했다.

중국 쓰촨성 대지진, 인도네시아 지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등 재난 현장을 다니면서 그 역시 정신적으로 큰 상처를 받았다. 프리랜서로서 인정받아야 한다는 스트레스도 컸다. 그는 "악몽을 꾸거나 손발이 떨리고 식은땀이 흘러 병원에 가니 공황장애와 우울증으로 진단 나온 적도 있다"고 했다.

정은진씨는 자원봉사 활동가이기도 하다. 지난해에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나비기금'을 모금해 콩고민주공화국의 성폭력 피해 여성단체에 전달했고, 외국인 프리랜서 사진기자들과 미국·영국 국회 앞에서 인도주의적 정책을 요구하는 전시회도 열었다. "취재하면서 욕도 많이 먹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담는 일이니까요. 그럴수록 취재하고 돌아서면 '남'이 되는 기자가 아닌, 행동으로 참여하는 기자가 되고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