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원내대표는 "지난 3년간 예산 대비 세수(稅收) 부족은 22조2000억원으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임이 입증되고 있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출범 직후 향후 5년간 140개 국정 과제를 위해 필요한 돈을 '공약 가계부'라는 이름으로 정리하면서 세입 확충, 세출 절감으로 확보한 134조5000억원 내에서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여당의 원내대표가 "세수 부족 등으로 더 이상 공약 가계부를 지킬 수 없다"고 자인한 것이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8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유 원내대표의 연설 직후 문재인 대표(오른쪽 사진 윗줄 왼쪽) 등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치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여야 간에 중(中)부담·중복지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는 만큼 국민 동의를 전제로 이 목표에 합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무슨 세금을 누구로부터 얼마나 더 거둘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합의해야 한다"고 증세를 언급했다. 그는 "증세도 복지 조정도 하지 않는다면 모든 부담은 결국 국채 발행을 통해 미래 세대에 빚을 떠넘기는 비겁한 선택이 된다"고 했다. 유 원내대표는 "법인세(인상)도 성역이 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 내의 주된 기류는 "증세는 최후 수단"이고, 법인세 인상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유 원내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던 보육 정책과 관련해서도 "이 정책이 저출산 해소와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 향상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의문"이라며 "보육 정책 재설계가 절실하다는 점을 깨닫고 있다"고 했다.

'최경환 경제팀'의 경제정책에도 반대했다. 유 원내대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예외 없이 경제 성적표를 의식해 단기 부양책의 유혹에 빠졌다"며 "이제 단기 부양책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고 했다.

유 원내대표는 또 재벌에 대해 "지난날 정부의 특혜와 국민의 희생으로 오늘의 성장을 이뤘다"며 "일가친척에 돈벌이가 되는 구내식당까지 내주고 동네 자영업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부끄러운 행태는 거둬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 검찰, 법원은 재벌들의 사면, 복권, 가석방을 일반 시민과 다르게 취급할 아무 이유가 없다"고도 했다.

유 원내대표는 세월호 인양과 관련해선 "기술적 검토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인양이 가능하다면 세월호는 온전하게 인양해야 한다"고 했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을 세월호 실종자 9명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는 것으로 시작했다.

유 원내대표는 안보 이슈에 대해서만큼은 "정통 보수의 길을 확실하게 가겠다"며 야당과 차별화하기에 나섰다. 유 원내대표는 새정치연합을 겨냥, "안보 정당은 한마디 말로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며 "북핵과 사드, 북한인권법 등 국가 안보의 가장 중요한 질문에 대해 분명한 입장과 행동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유 원내대표는 2011년 7월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면서 '용감한 개혁'이란 이름으로 보수의 개혁을 주장했다. 당시 주장은 이후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새누리당의 '좌(左) 클릭'을 유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유 원내대표의 이날 연설에 대해 "내년 총선 등에서 새누리당이 나아갈 제3의 길을 제시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교섭단체 대표' 연설임에도 당의 전반적인 입장이 담겨있지 않고, 자신의 소신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 원내대표는 당 정책위, 원내부대표단과 한 번씩 회의만 갖고 연설문 초고 집필부터 2주간 혼자 작업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