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죠. 보통 토요일 아침은 시청률의 무덤처럼 여겨지거든요."

매주 토요일 오전 8시30분에 방송되는 KBS '황금연못'의 깜짝 선전은 최근 KBS 사내에서도 화제다. 시니어들의 예능 토크쇼를 표방하는 이 프로그램은 보통 시청률이 2~3% 정도였던 이 시간대에 지난 1월부터 새로 편성돼 방송 3개월 만에 회당 시청률이 10%를 넘나들고 있다.

지난달 2일 밤에도 이런 깜짝 선전이 있었다. 지상파 3사의 월화드라마 시청률이 전주에 비해 일제히 1~2%씩 하락했다. 이 시간대의 절대 강자였던 지상파 드라마들에 일격을 날린 것은 다름 아닌 가수 이미자와 장사익이었다. 이날 KBS '가요무대'엔 창사 특집으로 두 사람이 출연했고, 그 덕분에 시청률 20.1%(닐슨코리아)를 기록했다. 사실 '가요무대'는 전체 예능 프로그램 중 시청률 5위 안에 꾸준히 드는 인기 프로그램이 된 지 오래다.

아이·동물·노인, '신(新) 킬러 콘텐츠'?

문화 콘텐츠 시장에서 '할배·할매'들의 반격이 매섭다. 이순재 등 원로 배우들이 주축이 된 tvN의 여행 예능 '꽃보다 할배―그리스편'도 지난달 27일 첫 방송 시청률이 10%(유료 플랫폼 기준)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렇게 TV 속 '노인 불패'가 계속되면서 방송가에선 TV의 킬러 콘텐츠로 꼽히는 아이와 동물에 이젠 노인을 추가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사진 위에서부터)KBS '가요무대' 이미자, 연극 '황금연못' 신구, tvN '꽃보다 할배-그리스'.

반격은 TV를 넘어 공연과 영화까지 확장되는 기세다. 티켓 예매 사이트인 인터파크의 집계 결과 작년 연극계에서 관객이 가장 많았던 최고의 '티켓 파워'로 꼽힌 사람들은 젊은 배우들이 아니었다. '황금연못' '사랑별곡'의 이순재와 '친정엄마와 2박 3일' '오구'의 강부자였다. 2013년 같은 집계에서도 신구와 김혜자가 꼽혔다. 영화 시장에서도 작년부터 '수상한 그녀'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국제시장' 등 '어르신 관객층'까지 겨냥한 영화들이 줄줄이 흥행 돌풍을 일으켰고, 최근엔 박근형을 주연으로 내세운 '장수상회'도 개봉 대기 중이다.

노년층, 문화 시장 '큰손'으로

노년층이 주인공인 문화 콘텐츠의 강세는 무엇보다 50대 이상 연령층이 문화 시장의 '큰손'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방송 시장이 그렇다. 작년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매체 이용 행태 조사를 보면 일상생활에서 필수적인 매체로 TV를 꼽은 비율에서 60세 이상은 92.8%, 50대는 69.3%였지만, 20대(13.7%)와 30대(24.4%)의 비율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시청률을 좌지우지하는 건 50대 이상이란 뜻이다.

또 제작자 입장에선 '가성비(價性比·가격 대비 성능 비율)'가 좋다는 장점도 있다. 영화·드라마 등에 주로 출연하는 청춘 스타들의 편당 출연료가 수천만~수억원에 이르는 반면, 노인 관련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은 출연료가 낮은 편이다. 게다가 '꽃보다 할배'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등 젊은 층도 거부감 없이 이런 콘텐츠를 즐기는 것이 최근 추세다.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최근 '시카고'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같이 젊은 관객들이 주도했던 뮤지컬 작품에서도 노년층의 객석 점유율이 높아지는 추세"라며 "몇 년 안에 이들이 문화 콘텐츠 시장의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치는 연령층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