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군을 고문한 혐의로 먼저 구속된 조한경·강진규 이외에 다른 경찰도 고문에 개입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갖고 수사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서기호 정의당 의원)

"당시 팀장(조한경)이 안고 가기로 했고, 우리 모두 입을 다물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검사가 와도 밝힐 수 없었습니다."(황정웅)

신영철 전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된 박상옥(59)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7일 국회에서 열렸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박 후보자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한 지 76일 만이었다. 이날 청문회에는 고(故) 박종철군을 고문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경찰관 5명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야당이 당시 박종철군 사건 수사에 막내 검사로 참여했던 박상옥 후보자가 1차 수사 때 범인이 더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밝혀내지 못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듣기 위해 부른 것이다. 1차로 구속된 조·강 등 2명과 2차 수사로 구속된 황정웅 등 3명 가운데 이날 황정웅만 유일하게 출석했는데, 황마저도 야당의 기대에 어긋나는 답변만 했다.

‘박상옥 청문회’ 증인으로 나온 안상수 창원시장 - 7일 열린 박상옥(맨 앞)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안상수(왼쪽) 창원시장과 김동섭 변호사가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안상수 창원시장은 1987년 1월에 발생한 고(故)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을 주도적으로 수사한 검사로서, 김동섭 변호사는 2차 수사팀에 참여한 검사로서 박 후보자가 박군 고문치사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썼다는 점을 증언하기 위해 출석했다.

서 의원에 이어 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당시 검사들의 수사 태도를 묻자 황정웅은 "검사들이 아주 까다롭게 캐물었다"고 대답했다. 야당이 기대한 '검사들이 부실한 수사를 했다'는 응답과는 딴판이었다. 박 후보자가 대법관이 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제가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고 했다. 기대 밖의 증언만 계속 나오자 당황한 야당 의원들은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고 15분 만에 황을 돌려보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그간 청문회 때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했던 병역 기피, 위장 전입, 탈세, 논문 표절 등에 대한 질문은 없었다. 박 후보자에게선 이런 약점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박 후보자의 대법관으로서의 자질이나 능력에 대한 여야 의원의 질문도 거의 없었다.

박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를 시작하면서, "1987년 민주화를 앞당긴 박종철군 사건이 갖는 역사적 의의가 크다"며 "검찰 수사로 사건 진상이 드러났지만, 첫 수사에서 경찰의 조직적인 사건 축소·은폐를 밝히지 못한 점은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 하지만 진상을 알면서도 은폐에 관여한 것은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1차 수사에서 조한경·강진규 등 2명을 기소한 이후 (안상수 검사가) 고문 경찰관이 3명 더 있다는 것을 알고 상부에 보고했으나 저는 3월 16일 여주지청으로 발령이 났다"고 했다. 그는 "당시 상부에서 재수사를 지시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대기하는 중이었지, 수사 의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완주 새정치연합 의원은 "소신 없고 양심 없는 비겁한 행동이었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은 "'검사동일체 원칙'이 적용되는 검찰 문화에서 박 후보자가 상부 지시 없이 혼자 수사하기는 힘든 상황 아니었나"라고 묻자, 박 후보자는 "그렇다"고 답했다.

7일 국회에서 열린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상옥 후보자가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인사청문회에선 박상옥 후보자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은폐·축소에 관여했다는 야당과 ‘검사들이 진상을 밝혀 민주화에 기여했다’는 여당 주장이 맞서 공방이 벌어졌다.

증인으로 출석한 당시 박종철 사건의 수사 검사 안상수 창원시장은 "당시 전두환 정권은 국정원, 경찰 등을 이용해 정권을 유지하고 있었고, 검사도 국회의원도 잘못하면 끌려가서 혼이 나는 시절이었다"며 "당시 수사팀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진실을 밝히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고 증언했다. 고 박종철군의 친형 박종부씨는 "검찰이 당시 어려운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고는 하지만, 검찰 조직이 정의롭지 못해 모든 것을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자정 무렵 여야는 청문회 일정 등에 대해 논란을 벌였다. 야당은 "기록을 다 보지 못했으니 청문회를 하루 연장하자"고 요구했고 여당은 반대했다. 이에 야당은 "청문회를 연장하지 않으면 박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을 경우에는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아 박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가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도 있다. 여당 간사인 이한성 의원은 "야당과 청문회 일정 등을 계속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해 청문회 연장 가능성을 시사했다.

TV조선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