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창단 2년 만에 기적 같은 우승을 일궈낸 프로배구 OK저축은행은 연고지인 안산 시민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OK저축은행의 유니폼엔 'We Ansan!(우리는 안산!)'이라는 슬로건이 새겨져 있다. 'We(위)'와 'An(안)'은 붉은색으로 칠했다.
'위안'이었다.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은 "세월호 참사로 슬픔에 빠진 안산 시민에게 아주 조금의 위안이라도 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지역 팬들과 적극적으로 호흡한 OK저축은행은 실력과 인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팀이 됐다.
OK저축은행 배구단은 2013년 5월 창단한 젊은 팀이다. 이 팀은 사실 이보다 두 달 전 탄생할 뻔했었다. OK저축은행(당시 러시앤캐시)은 그해 3월 드림식스 배구단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고배를 마셨다. 러시앤캐시를 제치고 KOVO(한국배구연맹)는 제1금융권이라는 안정성을 들어 뒤늦게 인수 경쟁에 뛰어든 우리카드의 손을 들어줬다. 드림식스 선수들은 환호했지만 이것이 운명의 갈림길이 됐다.
불과 3개월 뒤 믿었던 도끼가 발등을 찍었다. 배구단 인수를 추진한 우리금융지주 이팔성 회장이 물러나고 이순우 회장이 부임한 뒤 우리카드는 배구단 인수를 백지화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은 우리카드는 울며 겨자 먹기로 배구단을 끌고 가기로 했지만, 그동안 프로배구와는 어울리지 않게 팀을 운영했다.
우리카드 선수들은 아파트에 나눠 자고, 중학교 체육관을 빌려 쓰면서 배구를 했다. 그들은 팀의 전폭적인 지원과 관심 속에 운동하는 신생팀 OK저축은행 선수들을 부러워했다. 뛰어난 국내 자원을 가진 우리카드는 지난 시즌 3승 33패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지난 1월 퇴진한 강만수 전 감독은 "팀의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결국 우리카드는 지난달 31일 이사회를 통해 배구단 운영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우리카드가 작년 7월 신영석을 현대캐피탈로 현금 트레이드했던 것이 드러났다. 이 '비밀 트레이드'는 팀의 주축 선수를 10억여원에 팔아 팀 운영 자금으로 사용했고, 이를 숨긴 채 구단 매각을 추진해왔다는 점에서 다른 구단의 뒤통수를 치는 '꼼수'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웠다.
사흘이 지나 우리카드는 다시 결정을 번복했다. 김진석 우리카드 단장은 "구단이 해체돼 선수들이 실업자가 되는 상황까지는 막아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앞으로 우리카드가 구단 운영에서 손을 떼는 일은 절대로 없다. 서울 연고로 팀을 제대로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기뻐해야 할 소식이지만 배구계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우리카드는 신용을 생명으로 하는 금융사다. 그런데 이미 우리카드는 배구 팬들에겐 '신용 불량'으로 낙인찍혔다. '양치기 소년'이 신용을 회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