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은 얽매이질 않아서 좋다. 밤늦게까지 술 먹어도 나무랄 사람 없고 여행 가고 싶으면 훌쩍 떠나면 되고 새로운 사랑을 꿈꿀 수도 있다. 하지만 이따금 외로움과 불안이 엄습한다. 싱글의 급소다. 30대 중반에 이른 여성이라면 묻게 된다.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라고.

9일 개봉하는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감독 미노리카와 오사무)는 그 물음에 대한 진지한 탐색이다. 주인공은 남편이 없고 연애와도 담 쌓은 34세의 수짱(시바사키 고우). 카페에서 12년 일했고 혼자 늙어갈 노후를 가끔 근심한다. 유부남과 은밀히 연애 중인 커리어우먼 마이짱(34·마키 요코), 할머니 병시중을 들며 프리랜서로 웹디자인을 하는 사와코상(39·데라지마 시노부)과 더불어 수짱은 꿈과 일, 사랑과 결혼에 대해 나름의 답을 찾아나간다.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의 수짱(시바사키 고우)과 마이짱(마키 요코).

일본에서 270만부 팔린 마스다 미리의 만화 '수짱 시리즈'를 스크린으로 옮겼다. 빼어난 공감력으로 30~40대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은 원작처럼 영화는 서정적이면서 섬세하다. "다른 인생을 살 수도 있지 않았을까" 고민하는 그들을 쓰다듬고 위로한다. 토마토를 들고 혼자서도 예쁘게 뜬 달을 바라보는 장면, 같이 자전거를 타고 가며 내지르는 고함, 헬리콥터를 타고 도쿄타워의 야경을 내려다보는 대목이 소박하지만 따뜻하다.

결혼해 임신한 마이짱이 수짱을 사진관으로 불러내 기념사진을 찍는 장면이 특히 그윽하다. 마이짱은 "결국 이렇게 될 거였나"라며 "지금의 나여 안녕!"이라고 말한다. 수짱은 담담하게 그날의 증인이 되어준다. 남자들을 좀 단순하게 그렸다는 게 단점이다. 임신 가능 진단서를 요구하는 사내를 비롯해 어벙한 남자들이 한 트럭만큼 등장한다.

'먼 미래의 일을 지금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저는 생각해요'라는 수짱의 편지를 읽으며 객석에 앉은 싱글들도 마음이 놓일 것 같다. 마지막 장면, 세 주인공이 숲에 모인다. 화창한 날이다. 숲의 나무들이 바람을 머금고 한껏 부풀어오르면서 엔딩. 106분, 12세 관람가.